중동펀드 이어 기대했던 유럽도 최근 분위기 '냉각'
윤창현 공자위원장 "매수세 미약…전략 수정 불가피"

새해 들어 세계경제에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 투여기관의 민영화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초부터 세계증시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보유자산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관망하기로 정부가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배당금을 늘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의 민간 측 위원장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지금은 기존에 있던 바이어가 떠나가는 상황"이라며 "시장 여건이 바뀐 이상 매각전략도 당연히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 경제가 충격을 입고 유럽도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한데 무리하게 매각에 나서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위 내부에서도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큰 현 상황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강행하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회복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다.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중동 국부펀드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은 소강상태로 접어든지 오래다.

정부는 작년부터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 지역 국부펀드를 상대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고, 실제 일부 매수주체와는 협상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은행 민영화는 순풍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작년 말 들어 국부펀드들이 오히려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고, 매각 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중동 측 매수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피인수주체인 우리은행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수요 조사에 나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달 16∼26일 직접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금융중심지를 돌며 잠재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

그러나 이 행장이 설명회에 나서기 직전 유럽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제기돼 유로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유럽 지역 투자자의 유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월 31일부터 2월 11일 기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의 주가는 16.5% 급락하고,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0bp(1bp=0.01%포인트)나 치솟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가능성 등 정치적 이슈까지 부각돼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중동 측 투자자가 저유가 쇼크로 소극적으로 돌아선 데 이어 유럽마저도 이광구 행장이 IR을 떠나기 직전 은행 위기설이 부각됐다"며 "매도자 측 잘못은 아니지만 매번 운이 나쁘게 일이 꼬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이 행장의 해외 투자설명회(IR) 기간인 17∼25일 외국인이 우리은행 주식을 360만 주 순매수했다며 이번 설명회가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 측 투자수요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정부는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관망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각 시기가 미뤄지는 동안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이나 서울보증보험 등의 배당성향을 높여 공적자금 회수에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윤 위원장은 "매각이 지연될 때는 그에 맞는 전략 수정이 필요한데 배당 확대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배당확대는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고위 관계자도 "요즘같이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는 지분 매각보다는 배당을 늘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 투여기관들은 배당성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배당금 확대와는 별도로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기본원칙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면적인 매각 보류나 매각 백지화가 아니므로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언제든지 매각 절차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가격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이전부터 유지해오던 기본 전제"라며 "매각 가격을 극대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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