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오종남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주 장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유지수 국민대 총장.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오종남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주 장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유지수 국민대 총장.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한경 밀레니엄포럼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올 1월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5개월 만에 최대폭인 18.5% 감소한 데다 철강 조선 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산업정책의 주무 장관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주 장관은 ‘수출 활력 회복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 데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며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수출 성장세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정책 방향과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도 분명했다. 지난달 13일 취임한 주 장관이 외부 공식석상에서 산업부의 주요 정책을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장관은 “철강·조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수급 전망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를 만들어 주주들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데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단 올 상반기에 철강산업 분석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 산업별 분석팀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주 장관은 “구조조정은 최종적으로 오너가 결정해야 하는데 자기 회사가 속한 산업의 상황을 정확히 몰라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구조조정 대상 업종별로 해당 기업 오너가 산업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면 구조조정이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장관의 주제발표 후 이뤄진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한경 밀레니엄 포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철강·조선·화학 등 글로벌 수요 부진…구조조정 서두르겠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조선과 해운업의 문제는 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경기적인 요인도 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해운 분야의 국적선사를 포기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해운산업 경쟁력이 높은데 경기적인 요인 때문에 지레 포기해선 안 된다.

▶주 장관=해운산업이 어려운 데 경기적인 요인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어떤지도 봐야 한다. 철강부터 시작해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 산업을 국제분업적 시각에서 경쟁력을 철저히 따져볼 것이다. 물론 국적선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는 힘들다. 업계에서 사업을 지속할 여력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한국처럼 중소기업 지원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맥을 짚지 못하고 솔루션도 정확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수도권에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집적시설을 조성하고 주변에 아파트 등을 제공하면 우수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주 장관=중소기업에 우수 인력이 갈 수 있도록 서울 양재동과 우면동을 R&D특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R&D 지원이 집중되는 곳에는 좋은 인력이 확실히 모여든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앞으로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과 산업부의 많은 정책을 통폐합하는 작업도 조금씩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300만개 중 수출기업은 3%가 채 안 된다. 수출을 한 번도 안 한 기업을 수출기업화하도록 하겠다. 수출기업 숫자는 매년 2000개 안팎 늘었는데 올해는 5000개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한계 중소기업이 급증했다. 이게 우선 해결돼야 한다. 수출 중소기업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 장관=한계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한 문제다. 기업활력법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사업전환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한경 밀레니엄 포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철강·조선·화학 등 글로벌 수요 부진…구조조정 서두르겠다"
그 법을 통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

▶오종남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본격화한 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정권별로 국내 투자된 금액은 얼마이고, 해외 투자로 나간 돈은 얼마인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직접투자의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외국인이 왜 한국에 투자를 안 하는지를 알려면 이미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 장관=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의 고충을 더 파악하도록 하겠다. 산토끼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토끼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데, 그들의 주된 관심은 세금과 노동 문제다.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부처 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종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면서 한·일관계에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한국에 들어오고 나가는 투자 관련 통계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관련 데이터를 구하려고 지난 2년간 산업부 수출입은행 관세청 등을 뛰어다녔지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 장관=국내 기업이 외국에 투자할 때 어떤 이유로 나갔고, 어떤 단계를 거쳐 갔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심층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산업부 직원들에게도 당부했지만 연구기관과 협업해 관련 통계를 집대성하도록 하겠다.

▶이 교수=세계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주 장관=10년, 20년 지나도 우리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신산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할 계획이다. 업계뿐 아니라 과학기술 전문가, 거시경제나 인문사회과학 전문가들이 모여서 미래 트렌드를 살펴보고 게임 체인저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적극 대응하겠다.

▶유 총장=앞으로 유망하다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독일 회사들이 앞서가고 있다. 격차를 줄일 수 있겠나. 독일 대학들은 보쉬 같은 기업과 협업하는데 우리는 쫓아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주 장관=자율주행차 관련 육성책을 부처별로 하고 있는데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산업부에서 부처 간 융합 제휴가 가능하도록 하겠다. 또 부처끼리만 하지 말고 업계와 소통해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

▶백만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리사=요즘 중국 정부의 정책 혁신 속도를 보면 중국은 패스트 피시(fast fish), 한국은 슬로 피시(slow fish) 같다. 슬로 피시는 패스트 피시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제도와 정책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의 전문성뿐 아니라 부처 간 소통도 필요하다.

▶주 장관=산업 분야에선 융합이 급속도로 일어나는데 공무원 조직은 여전히 칸막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융합 제휴는 업계와는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필요하다. 나부터 열심히 소통하겠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규제 중 시행령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산업부에서 규제를 푸는 시행령 개정안을 한꺼번에 99개쯤 국무회의에 올렸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규제를 몽땅 물에 빠뜨리라고 하지 않았나.

▶주 장관=시행령에 근거를 둔 규제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산업부부터 규제 완화하자고 해서 에너지 규제 먼저 풀어나가고 있다. 에너지 판매독점부터 조금씩 허물고 있다.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프로슈머(제품의 생산 및 개발에도 참여하는 소비자) 시장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안 되는 것은 시범사업으로 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좀 더 보완하겠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산업부 장관을 맡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구상하고 있는 산업정책이 잘될 것 같은가.

▶주 장관=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건배사가 ‘조타 조아’다. 조타(助他), 즉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게 조아(助我), 나를 돕는다는 의미다. 산업부 혼자서는 한국 산업을 일으킬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 간 협력이 성공의 열쇠다. 여기 모인 오피니언 리더들도 한국 산업의 과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