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쇼핑을 상대로 한 가격 경쟁을 확대하면서 납품업체들의 표정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당장은 가격 인하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황 속에 납품가마저 인하될 가능성이 있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저가 경쟁에 나선 대형마트들은 현재 자체 이윤을 줄여 가격을 낮추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아직 공급 조건에 변화가 없다며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간의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 정상적인 가격에 납품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까 긴장하고 있다.

경쟁이 극심해지면 출혈 경쟁이 벌어져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얼마전 불거진 롯데마트의 '삼겹살 갑질' 논란도 대형마트들의 치열한 삼겹살 할인판매 경쟁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24일 "저가 경쟁이 지속되면 가격 인하 압박이 올 수 있다는 걱정이 되긴 한다"며 "가격 경쟁이 벌어져도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유업계 관계자는 "저가 경쟁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다면 제조업체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적정한 선에서의 합리적인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 18일 기저귀 2종류를 업계 최저가 상품으로 내세운 데 이어 23일부터 '가격전쟁' 두번째 상품으로 분유를 선보였다.

대상 제품은 남양 임페리얼XO, 매일 엡솔루트 명작, 일동 산양분유, 파스퇴르 위드맘 등 국내 분유업계 4개사의 15개 상품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8일부터 남양 임페리얼XO 분유에 대한 최저가 판매에 들어갔으며, 25일 추가로 가격을 내릴 예정이다.

이들 대형마트는 일시적인 가격 할인이 아니라 경쟁 업체의 주간 가격을 반영해 상시 최저가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발 최저가 경쟁은 당분간 '확전'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는 기저귀와 분유에 이어 또 다른 최저가 판매 품목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이 어느 수준에서 얼마나 지속될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경쟁이 분유 업체 등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겠지만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할인 판매가 지속되면 결국 납품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들은 가격 경쟁의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한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저가 판매는 이윤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방식이어서 제조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일정 부분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개념에서 최저가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