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반도 안전, 사드 배치보다 더 시급한 것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조치 중 하나로 정부가 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가 배치된다고 해서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하고, 억제 실패 시 ‘킬 체인’으로 지상에서 선제 타격해야 하며, 발사될 경우 사드와 패트리엇3(PAC-3)로 중첩방어해야 한다. 사드는 그중 한 요소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보다 포괄적인 주제로 논의의 초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북한핵에 대한 한국 나름의 억제 및 방어전략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가장 시급하다. ‘능동적 억제전략’ 또는 ‘적극적 억제전략’이 언급된 적은 있었으나 그의 타당성과 구체적 내용에 관한 토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미국의 핵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한국의 주도성을 보장하고, 정부군대국민의 노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전략을 구상해 내야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북한의 비(非)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 및 주변국의 협조 획득 방안, 특히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의 조화방안을 숙의할 필요가 있다. UN을 통해 강력한 제재방안을 이끌어내야 하며, 어렵지만 중국의 협조도 적극 유도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도 강력한 북핵대응 공조체제를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및 군 조직을 개편하는 것도 시급한 논의 주제다. 국가안보실을 ‘북핵위협 대응실’로 개편하는 등으로 국가 수준의 컨트롤타워를 지정하고, 외교부·국방부·국가정보원·국민안전처 조직도 핵대응 위주로 보강 및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핵위협 대응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해당 부서에 최대한 확충하고, 안보분야 업무와 예산편성의 우선순위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탐지·방어·교란·파괴란 ‘4D전략’의 효과적 구현을 요구하면서 한국군과 미군의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최소한의 예산투자로 최대한의 핵억제 및 방어태세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로 약화된 한·미 양국군의 협조태세와 한반도 방어에 관한 한·미연합사의 책임의식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한국군 자체의 핵억제 및 방어책을 더욱 집중적으로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선제타격의 이행을 위한 정보력 특히 인적 정보자산(Humint)의 효과적 육성 및 활용 방안을 토의해야 하고, 주요 도시방어를 위한 PAC-3 요격미사일의 추가 구매와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의 조기 개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참수작전이나 선제타격과 같은 공세적 임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략사령부’와 방어적 노력을 통합하기 위한 ‘합동방공사령부’의 창설도 논의해볼 수 있다. 필요한 무기체계의 구매와 그를 위한 예산확보 방안도 진지하게 토의해야 한다.

국민에게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해야 하며, 민방위 활동에 핵대피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기존의 대피소를 핵상황에 맞도록 보완하고 경보전파체계도 개선하며 유사시 국민 행동요령도 숙달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민족의 공멸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위기라는 인식 하에서 정부·군대·국민 모두가 삼위일체(三位一體)로 필요한 과제와 해결책을 논의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사드 배치와 같은 한 가지 일에 머물러 있을 여유가 없다.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hrpark550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