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국내 편의점 22년사상 처음"…세븐일레븐서도 6위 올라

국내 편의점 등장 22년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술·바나나맛우유 등 전통 효자 상품을 제치고 편의점 매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도시락의 주요 소비 계층인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데다, 이들의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책임지기 위해 편의점들이 영양·맛에 심혈을 기울여 다양한 자체 브랜드(PB) 도시락을 출시했기때문이다.

도시락을 비롯해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간편식이 편의점 매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일본의 유통·소비 트렌드를 한국도 그대로 뒤따르고 있는 셈이다.

23일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약 3천개에 이르는 취급 품목(담배 제외)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한판 도시락(3천500원)'의 매출이 가장 많았다.

이 뿐 아니라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3천900원)'과 '백종원 맛있닭가슴살(3천900원)'도 각각 3위, 8위를 기록하는 등 도시락 상품이 매출 상위 10위 안에 무려 3개나 포함됐다.

이전에는 해마다 연간·분기별 편의점 품목별 매출 순위에서 소주·맥주·바나나맛우유·캔커피 등 가장 대중적 주류와 음료가 상위권을 휩쓸었던만큼 이 같은 결과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까지만해도 CU의 연간 매출 1~5위 품목은 ▲ 진로 참이슬 360㎖ ▲ OB 카스 페트병 1.6ℓ ▲ 빙그레 바나나우유 ▲ OB 카스 캔 500㎖ ▲ OB 카스 캔 355㎖였고, 도시락은 매출 10위 안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CU 관계자는 "지금까지 10여년동안 매출 상위권을 술이나 바나나우유가 독차지했기 때문에 도시락 매출이 가장 많다는 통계를 처음엔 오류가 아닌지 의심했다"며 "CU 뿐 아니라 업계 전체로도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후 22년동안 도시락이 매출 1위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CU 간판 상품군에 큰 변화가 나타난 가장 직접적 이유는 지난해 12월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손잡고 내놓은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 도시락 인기에 힘입어 올들어 CU의 도시락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9배로 뛰었다.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등 간편식이 전체 CU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처음 두 자릿수(11.5%)를 기록했다.

불과 1개월여사이 작년 전체(9%)보다 2.5%p(포인트) 커졌고, 2012년(7%)과 비교하면 3년여사이 4%p 이상 늘어난 것이다.

CU 관계자는 "아직 일본 수준(약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1~2월 처음 간편식의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은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CU는 여세를 몰아 이달 25일 자체 개발한 특제소스와 채소 샐러드를 곁들인 '백종원 매콤돈까스정식(4천500원)'도 선보일 예정이다.

'도시락 열풍' 현상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비슷하다.

세븐일레븐이 올들어 이달 21일까지 품목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혜리 11찬 도시락'이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순위(11위)보다 다섯 계단이나 뛰어 도시락으로서는 처음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세븐일레븐의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의 무려 3.1배로 불었다.

이 같은 편의점 도시락 열풍에는 1∼2인 가구의 급증과 제품의 질 향상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5%였던 우리나라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중은 지난해 27.1%로 치솟았고, 2025년에는 3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인 가구 비중 역시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19.1%에서 26.7%로 7%P이상 늘었다.

CU 관계자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집밥'처럼 해결하기 위한 간편식 수요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한 업체들의 질 높은 간편식 개발 노력도 치열하다.

예를 들어 CU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사옥 안에 '상품연구소'를 설치하고 주요 고객층인 1인 가구, 이른바 '싱글슈머(Single+Consumer)'를 타깃으로 도시락·주먹밥 등 다양한 '혁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밥·쌀 전문가인 '밥 소믈리에'에게 도시락·삼각김밥 등의 밥맛 개발과 관리를 맡기고, 특히 올해부터 모든 세븐일레븐 도시락·삼각김밥·김밥 등에 명품쌀 품종 중 하나인 '삼광쌀'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