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야는 선거법 처리 시한을 당초 23일에서 또다시 29일로 늦췄다. 처리 시한을 미룬 게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어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합의에 노력하기로 했다지만 그간 행태를 보면 기약하기 어렵다. 기존 선거구는 이미 올해 1월1일부터 법적 효력을 잃은 상태다. 당장 24일부터 선거구 없이 재외국민 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 할 판이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로 맞추라는 결정을 내린 지 벌써 1년4개월이 다 됐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20대 총선 5개월 전(작년 11월13일)까진 끝냈어야 했다. 그러나 여야는 총선을 고작 50일 남겨놓고도 여전히 딴소리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 끼워팔기를 고집한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런 더민주도 선거법에 ‘원샷법’을 연계하려던 전과가 있어 오십보백보다. 거중조정에 나서야 할 정의화 국회의장은 말로만 ‘특단의 대책’ 운운했지 직권상정을 강행할 의지도 없다.

여야가 이토록 장기간 태업(怠業)을 벌인 데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선거구 획정을 늦출수록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치신인들이 이름을 알릴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여야 지도부가 성과도 없이 선거법 협상을 한다며 자주 만나는 것도 비판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로 비친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세비인상 같은 공통의 이익에는 그토록 죽이 잘 맞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자기들이 만든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는 게 분명하다. 자신의 선거구가 법적으로 무효 상태인데도 별로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다. 그저 자기들이 정하면 다 법이 된다고 여긴다. 서로 국가권력의 지분을 나눠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기고만장이다. 이런 정치를 어떻게 심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