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출절벽' 탈출, 가격경쟁력 높여야
올 1월 수출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8.5% 줄었다. 1월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2015년 1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세인데, 이는 1970년 이후 한국 수출 역사상 가장 긴 침체기였던 2001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것이다. 2월 수출에도 비상이 걸려 있다. 1월보다 더 좋지 않아 20% 가깝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1월 수출을 부문별로 보면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증감률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이너스가 나왔다. 무선통신기기 한 품목을 제외한 12대 품목 모두 두 자릿수 수출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이 이렇게 저조했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말 그대로 침체의 폭과 지속기간, 범위 모두가 너무 과도해 ‘수출절벽’이란 말을 써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최근 수출의 어려움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절대 수요가 위축돼 한국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출이 안 되니 내수를 살려 경제를 떠받치자고 한다. 그러나 규모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경제가 내수의 힘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국 경제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위기는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희미하게 꺼져가는 수출이란 엔진을 다시 돌게 하려는 마음이 절실해야 한다.

대외여건상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야 한다. 수출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수출유관기관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출대책은 새로운 것이 없다. 이제는 미시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접근을 달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수출지원 여력의 대부분을 중국시장에 맞추는 것이다. 한국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놔두고서는 수출 위기를 타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 내 소비재시장을 파고들고 서비스시장 진출 기회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격경쟁력은 물론 비(非)가격경쟁력 제고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둘째, 대미(對美) 수출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이를 수출경기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제조업 부활, 에너지 개발 등에 따른 부품, 소재 등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분위기를 반전시킬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거래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해 수요는 부족한 반면 공급은 넘쳐난다. 소비자 결정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시기다. 아주 독특하고 탁월한 제품이 아닌 이상 한국산을 대체할 경쟁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어느 나라든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면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한다. 일본과 중국이 자국통화 약세정책을 펼쳐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 이유다. 일본은 최근 마이너스금리 정책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비록 시장에서 역풍을 맞아 주가는 폭락하고 엔화가치는 치솟는 등 역설적인 상황을 빚고 있지만 정책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만큼 환율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수출절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희망을 잃어서도 안 된다. 세계 경제와 국제교역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일정 부분 내성(耐性)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수출경기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수출절벽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되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