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이 원하면 산별노조 탈퇴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난 주말 대법원 판결은 20년 가까이 계속돼온 산별노조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다. 이 판결로 산별노조를 탈퇴하는 기업 노조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개별 기업 노사문제에 산별노조가 개입해 의도적으로 분규를 키우고 장기화시키는, 비정상적 사태는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에선 차제에 산별노조를 허용한 노동조합법 해당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별노조는 노동계가 줄기차게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었다. 과거 정부가 노사관계 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산별노조를 허용하지 않아 기업별 단위 노조가 사실상 강제돼왔다. 그런데 1980년대 말 상황이 달라졌다. 소위 민주화 바람 속에서 노동 운동 세력은 ‘산업별 노동조합 건설’을 목표로 결집했다. 전교조, 전국일용노조, 전국강사노조, 과기노조 등이 잇달아 세워졌고 결국 1995년 산별노조 체제를 목표로 내건 민주노총이 설립됐다. 1997년 노동조합법이 개정될 때 ‘제2절 노동조합의 설립’ 조항에 ‘연합단체 노동조합’이라는 용어가 들어갔다. 이로써 업종별, 단체별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노동계는 산별노조가 동일 산업에 속한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 투쟁에 이용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개별 사업장에 근로자들이 흩어져 있으면 전국 단위는 물론 업종 단위의 투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산별노조를 내걸고 ‘단결’과 ‘연대’를 외쳐왔다는 것이다. 산별노조 자체도 허울 좋은 명분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단협 교섭을 금속노조에 맡기는 일은 없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있다지만 사실은 무늬만 산별노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합해 봐야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된다. 툭하면 서울 도심을 장악하고 불법 집회를 강행하는 것도 산별노조라는 이중구조 탓이다. 과연 개별노조 위에 군림하는 산별노조가 필요한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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