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사 '인터넷은행 지분한도 4%'에 묶여

의결권 있는 주식 4%뿐
개정안 국회 통과 무산으로 KT·카카오 증자 어려워져

향후 지분분포 불확실성 커…사업계획·본인가 일정 차질

IT기업이 주도한다는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 무색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인터넷전문은행이 국회의 벽에 막혀 출발하기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非)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서다.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예비인가를 받은 사업자들은 “주주 구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최고경영자(CEO)조차 뽑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은행법 개정 지연…CEO조차 못 뽑는 카카오뱅크·K뱅크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열린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도 야당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비금융주력자(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 2조원 이상)의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주력자만 은행 주인이 될 수 있는 현행 은행법을 일부 고쳐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회사들도 확실한 대주주로서 경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는 취지다.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예비인가를 받은 두 곳의 사업자들은 “책임 있는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K뱅크는 KT가 주도하고 있지만 지분율은 8%(의결권 있는 지분은 4%)에 불과한 데 반해 우리은행, 한화생명, GS리테일, 다날 등 10%씩 지분을 갖고 있는 공동 1대 주주가 여럿이다. 확실한 대주주가 없다 보니 ‘배는 띄웠는데 키를 잡을 선장을 정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카카오뱅크는 그나마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0%로 명확한 1대 주주다. 카카오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뿐이다.
은행법 개정 지연…CEO조차 못 뽑는 카카오뱅크·K뱅크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지분 분포가 ‘IT 기업의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당초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와 어긋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각각 3000억원, 2500억원이다. 본격적인 여·수신 업무를 하려면 조(兆) 단위의 자본금 증액이 필수다. 각 사업자들은 증자 때 주주 관계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안될 경우 카카오와 KT가 증자에 불참해 소수 지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인가를 받으면 바로 증자에 나서야 하는데 이때까지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인터넷은행 제도는 결과적으로 기존 금융회사에 두 개의 은행 면허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본인가 일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엄격한 보안 규정 때문에 IT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누가 주인이 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영상 중요한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인터넷은행들은 당장 CEO를 누구로 할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맞게 ‘금융인 출신 은행장은 가능하면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 지분을 갖고 있는 카카오와 KT가 주도적으로 CEO를 선임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대부분이 찬성했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며 “20대 국회에선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김일규/이호기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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