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취재수첩] 탈북자들의 '작은 통일론'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북한의 인권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한국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 개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 ‘숨가쁘게’ 진행되는 한반도 상황을 반영하듯 행사장에는 300여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올 들어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세미나 중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주제도 본래는 인권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북핵 대응 쪽으로 모아졌다. 북핵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론과 대화·협상론이 맞부딪혔다. 마이클 그린 CSIS 연구원은 “통일이 남한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암묵적 공감대는 북한 정권 교체에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 중간 휴식시간엔 참석자 사이에서 ‘정밀 폭격’ 등의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전에 비해 강경한 분위기였다.

북한 정권 교체를 거론하거나 압박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문제를 풀기보다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한 한국인 교수는 “지금이라도 북핵의 실체를 인정하고 어떻게 이를 다뤄야 할지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세미나에 참석한 탈북자들은 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탈북자 이성주 씨(30)는 “북한 문제를 너무 큰 구도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3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부터 한국사회 일원으로 포용하는 ‘작은 통일’에 성공해야 더 큰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왔다는 탈북자 그레이스 조 씨(25)는 “북한 사람들은 정말 바깥 세상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면 정권 붕괴도, 북핵도 다 해결될 것”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 작은 것부터 공을 들여야 큰 일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북핵, 통일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탈북자들의 얘기에 북핵 강경론자도, 대화론자도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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