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말 하면 입 아프다. 닛산 리프는 '세계 최초'와 '세계 최다'라는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 대표 전기차다. 2010년 출시돼 벌써 6살을 맞았고 세계 시장에 2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엔 지난 2014년 12월 제주도에서 처음 소개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에겐 낯설다. 주유소 옆에 마련된 충전소를 이용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힐끗 쳐다본다. 다가와 "이거 전기차에요?", "충전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가격이 얼마에요?" 등 각종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도 심심찮다. 일반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꽤 높은 모양이다.
그런데 시승자 또한 전기차를 장시간 운전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터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다. 실제 출퇴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공조장치를 사용하면 주행 가능거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충전소를 찾아가는 것이 번거롭지는 않은지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궁금증 해결을 위해 '시내운전'에 중점을 뒀다. 고속주행이나 급제동·급출발없이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운전했다는 의미다.
▲디자인 리프는 준중형급 해치백이다. 차체가 크지 않아 부담이 없지만 좀 작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휠베이스는 중형급으로 상당히 길다. 윤거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외관을 봤을 때와 다르게 실내는 나름 넉넉하다. 일반 준중형차와 달리 뒷좌석에 앉더라도 무릎이나 머리 위가 크게 답답하지 않다.
툭 튀어나온 눈매에서 닛산 차종임을 알 수 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지만 헤드램프가 사이드 미러에 가해지는 공기 흐름을 분산시켜 소음과 공기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 LED를 채용해 할로겐 대비 전력소모를 절반으로 감소, 주행거리 증가에 일조한다.
차체 라인은 보닛에서 B필러까지 급하게 치솟았고 트렁크 리드는 뒤로 쭉 빠져있다. 휠하우스 위편으로는 풍성한 캐릭터 라인이 자리해 한결 볼륨감있다. 후면은 유리창부터 세로로 기다랗게 디자인된 리어램프가 위치한다. 후면부 전체가 트렁크 게이트로 사용되는 해치백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실내는 곳곳에 파란색을 적용해 친환경차임을 드러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시프트레버 등에 푸른빛을 넣었다. 계기판은 전기차인 만큼 충전량과 주행가능거리, 회생제동 시스템 작동 여부 등 주요 정보를 띄운다. 속도와 시계, 외부 온도 등은 계기판 상단에 따로 표시한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모니터 역시 각종 주행정보를 제공한다.
시프트레버 디자인은 굉장히 특이하다. 어릴 때 문방구 앞에서 가지고 놀던 게임기같다. 가운데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P, 왼쪽 상단에 두면 R, 아래가 D/B다. 처음엔 좀 헷갈리지만 금방 적응된다. 시트 착좌감도 굉장히 좋다.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게 몸을 감싼다. 몸의 피로도가 확실히 덜한 느낌이다. 뒷좌석은 시트를 모두 접을 수 있다.
▲성능 전기차 성능에 의심을 품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사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차이가 크지않다. 리프에 장착된 전기 모터는 최고 109마력(80㎾), 최대 25.9㎏·m(254Nm)의 성능을 발휘, 아반떼 1.6ℓ 디젤(최고 136마력, 최대 26.5㎏·m)보다 출력이 좀 낮은 정도다. 무엇보다 내연기관과 달리 초반에 굼뜨는 현상이 없다. 초반 가속이 매끄럽고 이후 속도를 끌어올려도 아주 부드럽게 반응한다.
각종 소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은 건 전기차의 대표 장점이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없는 건 물론이고, 차체 곳곳에 저소음 디자인을 적용해 실내 유입되는 소음을 원천 차단했다. 서울 시내를 오가며 들리는 건 경음기 소리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저속에서 보행자와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임의로 엔진음을 생성할 순 있다.
서울 끝자락에 있는 강동구에서 반대편 마포구까지 출퇴근 거리는 약 50㎞다. 리프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32㎞ 정도이니 2번 정도 출퇴근할 수 있다. 중간 중간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용하면 주행가능 거리를 조금 늘릴 수 있다. 단 1㎞도 굉장히 소중한지라 최대한 연비 운전을 하려고 집중했다.
일반 내연기관차를 탈 때도 연료효율을 신경쓰는 편이지만 전기차를 타니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모니터에 주행가능 거리 정보를 띄워놓고 자꾸 확인했다. 처음에 5.1㎞/㎾h였던 연료효율은 첫 번째 출퇴근 후 5.4㎞/㎾h까지 상승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공조계를 사용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과 운전석 열선 시트만 사용한 덕분인 듯하다.
이튿날엔 강남으로 출근해 약 30㎞ 운전했다. 전날 밤 날씨가 너무 추워 배터리에 문제가 생긴건 아닌가 싶었지만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이 날은 공조계를 켜고 좀 편하게 운전했더니 효율이 5.2㎞/㎾h로 살짝 떨어졌다. 전날 출퇴근 거리를 합해 총 80㎞를 주행했는데 아직도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60㎞ 이상 남아 있었다. 충전량도 45%에 달해 불안하지 않았다.
그래도 충전을 한 번 해보고자 주변의 충전소를 검색했다. EVCIS(http://www.ev.or.kr/)라는 사이트나 어플에서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찾을 수 있다. 서울 시내 충전소를 검색하니 꽤 많은 곳이 나왔다. 특히 현재 충전기가 사용중인지, 수리중인지, 비어있는지 각종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헛걸음하지 않을 수 있다. 비어있는 충전소 중 강남에서 가장 가까운 삼성중앙역 근처를 방문했다.
리프의 충전 방식은 차데모다. 차데모 방식은 교류 충전구(일반 충전)과 직류 충전구(급속 충전)를 따로 분리해 충전 커넥터가 두 개다. 급속 충전을 사용하면 30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충전은 어렵지 않다. 충전기 모니터에 충전카드를 갖다댄 후 하라는 순서대로 따라가면 된다.
전기차는 기름을 채우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긴 충전 시간을 요하는 만큼 커넥터의 잠금 상태를 설정할 수 있다. 충전을 위해 기다려야하는 번거로움과 자동차 도난 등의 우려를 막기 위해서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마련된 버튼으로 커넥터 잠금 및 해제, 시간 설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총평 짧은 시승이었지만 여러가지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 시내를 출퇴근하는 이틀 정도는 주행가능 거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했고 충전소를 찾는 것도 번거롭지 않았다. 오히려 연비운전을 하면 주행거리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면 충전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점인데, 실제 소비자라면 자택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듯 싶다.
역시나 가장 큰 부담은 가격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도 3,000만원 후반대에 형성된다. 준중형급임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액수다. 몇 년간 기름값이 들어가지 않는다해도 당장은 부담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취득하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비싼걸 알지만 '신상', '한정판'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시승=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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