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차체에 비교적 큰 엔진을 탑재한 차들의 공통점은 '경쾌한 달리기'다. 넘치는 힘과 가벼운 몸놀림이 만들어 내는 운전 재미가 큰 것. 그래서 고성능 소형차는 예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하는 미니 역시 '쿠퍼S'란 걸출한 고성능 버전으로 운전 재미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보다 강한 자극을 원했고, 미니는 과거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존 쿠퍼(John Cooper)'의 이름을 '존 쿠퍼 웤스(John Cooper Works)'란 브랜드로 불러들였다. 그들이 만든 역사상 가장 빠른 미니, 미니 JCW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미니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동성을 끌어냄과 동시에 실내외 곳곳에 JCW를 상징하는 타원형 배지를 붙였다. 전면부는 그릴 우측에, 측면은 펜더 방향지시등 커버에, 후면부는 트렁크 우측에 각각 부착했다. 실내는 도어 스카프, 스티어링 휠, 계기판, 시트 등에서 볼 수 있다.

외관은 미니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 그대로지만 가장 공격적이다. 전면부는 흡기구를 넓혀 냉각 효율을 높였다. 입체적인 면 처리로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풍성한 볼 거리를 만들었다. 안개등은 그릴 무늬 커버로 대체해 과격한 얼굴 구현에 일조했다. 보닛을 지르는 데칼도 속도감을 높인다.

측면부는 미니만의 자세를 기반으로 세심한 변화가 이뤄졌다. 로커 패널을 사이드 스커트 형태로 부풀린 점이 특징이다. 18인치 알로이 휠은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가 꽉 채웠다. 휠 하우스를 두르는 플라스틱 몰딩에는 공기 저항을 줄이는 돌기가 마련됐다.

후면부는 면적을 키운 리어 스포일러가 돋보인다. 면을 다각화 해 형태도 과감해졌다. 범퍼 어래 중앙엔 듀얼 머플러를 뚫어 범상치 않은 모습을 연출한다. 전면부 흡기구와 일관된 커버도 역동적인 느낌이다.

실내도 고성능의 감성이 흠뻑 묻어난다. 검정색을 바탕으로 빨간색을 강조해 보통차가 아님을 알린다. 알칸타라를 활용한 세미 버킷 시트는 헤드레스트가 붙어있는 일체형이다.

각종 트림은 고광택 탄소섬유 패턴을 모사했다. 체커기 무늬를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테두리에 새겨 레이싱 DNA를 표현했다. 모니터를 두르는 LED링도 조명 변화를 통해 시각적 재미를 구현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달려있지만 자꾸 모니터 쪽으로 시선이 가는 이유다. 곳곳엔 토글 스위치를 채택해 만지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성능
4기통 2.0ℓ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m를 발휘한다. 쿠퍼 S보다도39마력, 4.1㎏·m 높은 수치다. 크기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두터운 배기음은 6기통 고성능 차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고막을 자극한다. 주행모드를 역동적으로 바꿀수록 거칠어지는데, 터보 엔진만의 충격음도 잊기 힘들다.

제원 상 0→시속 100㎞ 도달 시간은 6.1초, 최고속도는 246㎞/h다. 핫해치인 골프 GTI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차체가 더 작아 스릴있다. 고속에서도 균형감이 좋다.

다단의 흐름 속에서도 6단 변속기를 조합했지만 모자란 점을 느끼지 못했다. 성능 대비 높은 연료 효율을 내면서 제품의 특성에 따른 변속 질감을 드러내서다. 표시 효율은 복합 11.9㎞/ℓ, 도심 10.9㎞/ℓ, 고속 13.5㎞/ℓ로 시승 간 실제 효율도 비슷한 정도를 보였다.

스티어링의 움직임은 고카트의 주행감을 지향한 덕분에 직관적이다. 휠베이스가 짧은 소형 차체도 한 몫한다. 휠과 닿을 것 같은 4피스톤의 브렘보 캘리퍼는 노면을 움켜쥘 것 같은 쫀득한 제동력을 낸다. 고속 급제동 시에도 불안함 없이 차를 세운다.

하체 감각 역시 레이싱카에 가깝다. 전 세대보다 유연해졌지만 일상 주행용으로 탈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면을 읽어나가며 달리는 느낌과 호쾌한 달리기는 매일 이 차를 타고 싶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총평
JCW는 작고 개성 있는 미니 쿠퍼에 레이싱카 DNA를 녹여냈다. 덕분에 미니 JCW는 일반 미니 제품보다 큰 가치를 담을 수 있었다. 비록 전 세대보다 커지고 편해졌지만 아직도 전륜구동차 중 가장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품에 포함될 것이다.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미니 JCW의 가격은 4,89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시승]진중한 스포츠 쿠페, 렉서스 RC350 F스포트
▶ [시승]타보고 판단하라, 르노삼성 SM6 2.0ℓ
▶ [시승]작심하고 내놓은 자존심, 기아차 2세대 K7
▶ [시승]스웨덴산 고성능 전투기, 볼보 S60 T6 R-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