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광고 속에만 있는 LCC 특가 항공권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지난 15일 항공권을 구매하려다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과의 여름휴가를 준비하기 위해 티웨이항공이 내놓은 특가 항공권을 예매하려 했지만, 예약 앱(응용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권을 구입하려는 접속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김씨는 “지난달 제주항공이 내놓은 특가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시도했을 때도 홈페이지가 접속되지 않았다”며 “광고 속에만 있는 특가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홈페이지 접속 마비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LCC들이 서버 등 예약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된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특가 항공권을 내놓았던 한 항공사는 서버 용량이 충분해 접속 마비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서비스 개선과 투자보다는 싼 가격만 외치는 LCC의 주먹구구식 영업관행이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폭설로 마비됐던 제주공항의 운영이 재개되자 LCC 이용객들은 ‘번호표’를 뽑기 위해 긴 줄을 서야만 했다. 번호표를 먼저 뽑으려는 승객들의 실랑이는 날을 넘겨가며 이어졌다.

LCC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출범 10년도 안 돼 한국의 항공산업 지도를 뒤바꿨다. 국내선 점유율에선 대형 항공사를 앞지른 지 오래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단거리 국제선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출범 10년 만에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상장된 항공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내 주주들에게 배당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특가항공권’이라는 미끼로 당장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판촉보다는 확실한 예약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길게 보면 훨씬 더 중요하다. 커진 외형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가 있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 LCC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승객 불리기’라는 외형 성장에 계속 집착할 것인지, 서비스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순신 산업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