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데드풀
데드풀

공개날짜: 2월 11일(목) 오전 10시 30분
공개장소: CGV 왕십리
감독: 팀 밀러
배급: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개봉: 2월 17일(수)

줄거리: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박력남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술집에서 만난 바네사 칼리슨(모레나 바카린)과 보자마자 눈에 불꽃이 튄다. 대화도 맞고, 취향도 맞고, 무엇보다 속궁합이 퍼펙트! 바네사와 화끈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윌슨은 그러나 암세포에 포박 당한다.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임상실험에 참여한 윌슨은 강력한 재생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나지만, 이 과정에서 얼굴이 흉측하기 일그러진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린 아약스(에드 스크레인)를 찾는데, 자신의 능력을 거침없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리뷰: 특유의 ‘자뻑 정신’으로 슈퍼히어로 족보에 한 획을 그으셨던 철갑 입은 사내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의 ‘말 빨’에 대등하게 어깨동무 해 줄 수 있는 문제적 남자의 등장이다. 토니 스타크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유머감각도 어휘력도 이 남자, 데드풀이 한 수 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억울하나요? 어쩔 수 없어요. ‘데드풀’은 눈치 볼 게 별로 없는 19금 영화인 걸요!)

‘데드풀’은 히어로 무비가 흔해진 할리우드 시장에 찾아온 변종이다. 이 영화가 품은 똘기와 형식파괴는 히어로 장르가 뻗어나갈 수 있는 미개척지가 아직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정키 엑스엘(XL)’이 매만진 음악만큼이나, 이 영화는 내내 화끈하고 ‘쌔끈’하다.

“감독이 약 빨고 만들었네!” ‘데드풀’과 관련돼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말들 중 다소 저렴(?)하지만, 그래도 가장 정확하다 할 수 있는 표현이다. ‘데드풀’의 성격을 알아채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자신이 품은 DNA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나있다. 투자사를 ‘돈 많은 호구’로 표현하는 패기, 작가를 ‘존나 쩌는 작가진’으로 칭송하는 자신감, 감독 자신을 ‘돈만 쳐 받아먹은 초짜’라고 표현하는 대범함이 눈부시다.

그렇게 자칭 ‘돈만 쳐 받아먹은 초짜’ 팀 밀러 감독은 똘기 충만한 캐릭터들과, 추잡한 ‘말 빨’과, 기존 히어로들을 향한 무지막지한 ‘팀킬’과, 타협 따위 없는 과격한 폭력으로 “그래, 이 구역의 미친놈은, 너야!”를 인정하게 한다. PG13등급(13살 이상 관람가)을 걷어차고,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선택한 자가 입을 수 있는 최상의 혜택이다.

‘데드폴’은 이야기의 중간에서 문을 연 후 과거를 조금씩 흘리는 교차편집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러한 교차편집은 정보 전달의 효율성 뿐 아니라, 영화의 유머감각을 위해서도 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객과 배우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3.8선인 ‘제4의 벽’을 과감하게 무시한 설정 역시 이 영화의 독특함을 강화시킨다. 관객에서 수시로 말을 거는 데드풀. 자신의 손목을 잘라내며 “영화 ‘127시간’을 스포해서 미안해” 하는 식이다.

‘아이언맨’을 논하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듯, ‘데드풀’을 이야기 하는데 라이언 레이놀즈를 빼놓는 건 범죄행위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약물 복용 등의 어두운 과거를 벗고 개과천선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묘하게 겹치면서 캐릭터가 강화된 경우다. 이유는 다르지만, 레이놀즈의 과거가 데드풀의 캐릭터를 한층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는 교집합이 생긴다. 과거 ‘그린랜턴’에 출연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이력이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를 떠올려 보자. “히어로? 그딴 거, 개나 줘버려”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데드풀에게 라이언 레이놀즈보다 적격인 인물이 또 있을까. 심지어 데드풀은 그린랜턴까지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는다. “가장 싫어하는 히어로?” “(거두절미하게) 그린랜턴!” 아, 이 캐릭터. 묘하게 빠져든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8점

TEN COMMENTS, 이 구역의 미친놈은 너야, 데드풀!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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