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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

입력 2016-02-16 09:48:00 수정 2016-02-16 1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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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선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 (이하 앉소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남자가 가정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다수의 남자들은 이것은 단순한 자세의 문제가 아닌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존심은 다른데 가서도 세울 방법이 무궁무진한데 왜 굳이 뒷간에서 남자의 자존심을 찾는지 모르겠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남자가 서서 소변을 보았을 때 그 미세한 소변방울이 천장까지 튀어 화장실 안의 수건과 칫솔에까지 묻게 된다는 것을 보도했다. 패널들과 시청자들 모두 경악했지만 실제 실천으로 이어진 건 몇 가정이나 될는지 알 수 없다.

나의 경우는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던 친정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앉아서 소변을 보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라왔다. 남편과 결혼하고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소변을 보고 뚜껑을 내려놓지 않은 변기에 무심결에 앉았다가 엉덩이가 끼었을 때의 당혹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처음 나에게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을 때 마치 '오늘부터는 갑자기 밥을 손으로 먹지 말고 발로 먹어라'라는 말처럼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태어나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는데 이렇게도 다른 문화권에 우리는 놓여 있었다. 한동안 남편의 저항이 이어졌다.

“남자는 원래 서서 소변을 보도록 신체구조가 만들어져 있어.”

“그럼 당신은 소변이랑 대변이랑 동시에 보고 싶을 때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봐?”

“그.. 그럴 땐 앉아서 보지.”

“거봐, 다 할 수 있다니까. 안해서 못하는거야.”

“그렇지만 앉아서 보면 꼭 다 안 나온 거 같고 찜찜하다고.”

“그럼 앞으로 화장실 청소는 당신이 해!”

그럴 거면 여자인 네가 서서보라는 둥 서로 유치한 의견대립이 한동안 이어졌다.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앉아서 소변보는 것을 목격했다.

“어머! 지금 앉아서 소변보는 거야?!”

“이런지 좀 됐어.”

멋쩍어하는 남편에게 사랑을 가득 담은 눈으로 칭찬을 한껏 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앉아서 소변보는 것은 어색하고 왠지 잔변감이 있어서 찝찝하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은 앉소남 중 한 명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나던 원인 모를 지린내도 확실히 없어지고 청소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드니 삶의 질도 좋아졌다.

그런 남편이 본격적인 앉아서 소변보기 예찬론자가 된 계기가 있다. 나의 과외학생 중에는 남학생도 있었는데 그가 다녀간 날은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오늘 ㅇㅇ이 다녀갔냐"고 물었다. 그가 이용한 뒤에는 지린내가 심하게 나는 것을 본인도 느낀 것이었다. 본인이 서서볼 때는 몰랐던 냄새가 앉소남이 되고 나니 이제는 코를 찌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도 앉아서 보는 변기에 서서 보다니…”

남편은 커피포트에 물을 팔팔 끓여서 부어 가며 변기 주변을 열심히 청소하곤 했다. 청소하는 내내 구시렁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남자들이 소변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저항은 생각보다 상당히 강했다. 부부모임에서 종종 이것에 대한 것이 이슈로 나오고는 하는데 아내들은 예외 없이 남편이 앉아서 소변보는 것을 원하지만 직접 행동으로 실천한 남편은 단 한 명 뿐 이었다. 물론 그 가정의 만족도는 현재 매우 높다. 평소에 매우 자상한 남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것만은 못 바꾸겠다는 남편들이 대다수다. 아내가 옆에서 강하게 요구하자 한 남편은 너무 서러워서 자기의 아빠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습관을 바꾸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과 같은 일부 서구세계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앉아서 소변보기 운동’을 펼치는 일부 남성들이 있다고 들었다. 이번 칼럼을 위해 친정아빠에게 어떤 계기가 있어서 앉아서 보시기 시작했냐고 묻자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깔끔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앉소남이 되었다고 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인 일이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경우 괄약근 주변의 이완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변의 배출이 원활해져 방광을 완전히 비울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방광염이나 기타 전립선 질환으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앉소남 경력 30년을 훌쩍 넘기신 나의 친정아버지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전립선 관련 질병으로부터 건강하다.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하면 이처럼 여러 가지 이점들이 있다. 소변이 튀지 않아서 암모니아로부터 코가 편안하고 자연스레 화장실 청소 횟수도 줄어들어 가사의 상당한 부분이 줄어든다. 화장실 위생관련 마찰도 피할 수 있으니 부부관계도 더욱 화목해질 가능성이 높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더나은심리계발센터 교육팀장,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2-16 09:48:00 수정 2016-02-16 16:30: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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