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엉뚱한 법리논쟁
올초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제재조치로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개성공단 중단의 법률적 근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11일 청와대와 통일부를 상대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의 법적 근거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의 칼럼을 보니 헌법 제76조 제1항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4항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헌법 제76조 제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변 변호사는 이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로 본 것 같다. 그리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긴급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 국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민변 변호사의 중대한 오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라고 본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내우·외환·천재·지변에 상당하는 위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미사일 발사를 ‘내우·외환·천재·지변으로 볼 때’에만 헌법 제76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는 그런 게 아니므로 헌법 제76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민변의 헌법 제76조 논쟁은 근거가 없다.

대통령이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 중 ‘외교적’ 통치행위에 불과하다. 국제공조를 위한 대통령의 외교적 통치행위는 소송대상도 아니다. 야당이 헌법소원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외교적 통치행위는 정치적 책임을 질 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국회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음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7조(협력사업의 승인 등) 제4항은, ‘통일부 장관은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은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제11호에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개성공단 사업자’가 국가안전보장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문제를 일으킨 ‘사업자’에 대해 장관이 사업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번 사건은 개성공단 사업자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고 북한 당국이 문제를 일으켰다. 법률 제17조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번지수가 틀렸다.

개성공단의 중단으로 입주 기업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는 터라 “개성공단 폐쇄 방침은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라는 국민의당 통일위원장의 비판도 이해는 간다. 피해 기업에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이 점은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 미국이 이미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조치를 결의했고 이어서 중국을 움직여야 하는 터에, 막상 당사국인 한국만은 손 놓고 앉아서 누군가 무언가 해 주기를 바라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엉뚱한 주장으로 국내에서 여론을 분리시키고 갈등이나 일으키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skku@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