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난 주말 폭등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12일 전일보다 12.3% 오른 배럴당 2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09년 2월 이후 7년 만에 최대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33.36달러로 11% 올랐다. “OPEC 회원국 모두가 동의한다면 감산 준비가 돼 있다”는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의 원유시추 장비가 8주 연속 감소, 전년 동기 대비 60%나 줄었다는 소식도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반짝 오르다 다시 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원유 시장 주변 동향을 보면 의외로 유가가 급등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 배럴당 20달러대는 어떤 산유국 입장에서도 지속 불가능하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배럴당 80달러는 돼야 정부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미국 셰일업계는 배럴당 40달러는 넘어야 수익이 난다는 구조다. 어떤 형태로든 감산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 IS 격퇴 등을 핑계로 중동 내 무력 충돌 가능성도 열려 있다.

원유시장 내에도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는 징후가 적잖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원유 변동성지수는 지난 주말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WTI 3월물 거래량은 179만 계약으로 사상 최대였다. 바닥에서의 거래량 폭발은 추세 전환 신호인 경우가 많다. 만약 이번주에도 유가 상승세가 이어져 쇼트커버링(매도 포지션 손절)이 쏟아지면 유가는 계속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헤지펀드의 WTI 매도 포지션은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문제는 가격의 급반전 역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유가 수준에서는 배럴당 60달러만 돼도 100%나 폭등하는 것이다. 저유가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유가가 두 배로 뛴다는 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수출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정부는 “국내 충격은 제한적”이란 말만 할 게 아니라 만에 하나 유가급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간 또다시 호되게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