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술직 홀대에 멍드는 '미래 명장들'
“TV에 이탈리아 구두 장인의 모습이 나오면 사람들은 ‘멋지다’며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서울 성수동 공방에서 가죽 앞치마를 두르고 땀 흘리는 장인을 보면 ‘공장 노동자’라며 눈을 흘겨요.”

최근 기술을 배워 창업에 나선 청년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양인준 씨(34) 얘기다. 성수동에서 수제화 기술을 배우고 있는 양씨는 “일이 신체적으로 고되다는 점이나 수입이 많지 않다는 것보다 더 힘든 건 기술직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라고 말했다.

미래 명장을 꿈꾸는 청년들은 기술직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손끝으로 직접 재료를 느끼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좋고 소비자에게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 수제화, 목공, 양복 재단·재봉, 세탁 등의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이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움츠러들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기술을 배워 세탁소를 차린 김애리 씨(31)는 “창업을 준비할 때 ‘좋은 회사 놔두고 왜 굳이 더럽고 힘든 일을 하려고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대학시절 기술직이 높은 품삯과 존중을 받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한국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청년들이 선뜻 기술직에 뛰어들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대학 진학과 사무직 취업을 좇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많은 대학생들은 “공부가 내 적성이 아닌 줄 진작 알았지만 다른 길을 갔다가 자칫 낙오될까 두렵다”고 호소한다. 장인 육성을 위한 전문계 고교인 마이스터고가 높은 취업률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내 자식이 혹시나 대학 안 나왔다고 사회생활에서 무시받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게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 진학률이 70% 중반대에 이르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술 기반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다른 길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편견을 버리고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혜 지식사회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