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2월 2주 신보
2월 2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검정치마
검정치마
사건명
에브리씽(EVERYTHING)
용의자 검정치마(조휴일)
사건일자 2016.01.29
첫인상 조휴일 원맨밴드. 공전의 히트곡 ‘좋아해줘’를 통해 뭇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싱글은 검정치마가 약 1년 만에 선보인 싱글이자 하이그라운드 이적 후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 앞서 그의 팬들은 “조휴일 알라스카나 가라”며 앨범 소식이 뜸한 그를 원망했지만, 이번 ‘에브리씽’ 덕분에 알라스카 行은 없었던 일이 된 듯 하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3집을 내겠다고 하니, 팬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길.
추천트랙 ‘에브리씽’ 지난해 발매된 ‘할리우드(Hollywood)’와 마찬가지로 이번 신곡 역시 슈게이징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몽환적인 기타와 흐릿한 목소리, 나른한 신디사이저의 플레잉이 소리와 공기 사이의 구분을 뭉개어 놓는다. 때문에 가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는 핸디캡은 있지만, 사운드에 집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것 또한 사실이다. 곡 초반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은근슬쩍 모던하게 바꿔놓는 솜씨 역시 훌륭하다. 자, 그러니 이제 3집을 다오!

박강수&박창근
박강수&박창근
사건명
듀엣 앨범
용의자 박강수, 박창근
사건일자 2016.02.01
첫인상 관록의 두 포크가수, 박강수와 박창근의 듀엣앨범. 박강수는 한국 정통 포크의 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지난 2001년 데뷔했다. 박창근은 고향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물. 특히 故 김광석 정신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뮤지션으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주인공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추천트랙 ‘바로 나’. 도덕적 가치를 가진 수사로 음악을 설명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곡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는 아마도 ‘착하다’가 되지 않을까. 기타 소리는 더없이 청아하고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맑다. 햇살에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는 가사는, 서글프기보다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쉼의 미학, 여백의 미학, 그리고 정화이 미학이 이 한 곡에 모두 담겼다.

흐른
흐른


사건명 하이웨이(Highway)
용의자 흐른(강정임)
사건일자 2016.02.01
첫인상 지난 2006년 미니앨범 ‘몽유병’으로 데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정규 1집 앨범의 타이틀곡 ‘그렇습니까’가 2011년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화이트크리스마스’에 삽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싱글은 전작 ‘레저러브(Leisure Love)’ 이후 무려 5년 여 만에 발표되는 신작으로, 흐른은 “책임질 수 없는, 그러나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존재에 대한 애도의 노래”라고 설명했다.
추천트랙 ‘하이웨이’. 우리는 매일을 이별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별은, 타의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이웨이’는 그러한 고백을 전하는 노래다. 흐른의 목소리와 각종 악기, 소스들은 헐거운 이음새로 연결된 듯 맥없이 흐트러진다. 신비롭다기보다는 숫제 불안에 가까운 정서가 느껴진다. 도망자의 시선이다. 노래의 완성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흐른의 마음이 숨김없이 담겼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이아립
이아립


사건명 망명(亡明)
용의자 이아립
사건일자 2016.02.03
첫인상 이아립은 밴드 스웨터 소속의 보컬이자 듀오 하와이의 멤버, 그리고 다수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이다. 이번 앨범은 이아립이 발표하는 다섯 번째 솔로 앨범으로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홍갑이 프로듀서로 나섰다. 특이한 것은 이번 앨범 ‘망명’의 표기. 흔히 알고 있는 ‘亡命’ 대신 ‘亡明’이란 한자를 사용했다. 빛이 꺼져가고 있다는 뜻.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빛과 어둠 속에서 피어난 것들을 담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추천트랙 ‘계절이 두 번’. 이아립의 목소리는 본능을 건드린다. 곡의 무드를 파악하거나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계절이 두 번’은 바로 그 동물적인 감각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이다. 허무에 가득 쌓여 “나를 떠나”라고 노래하고 심지어는 조롱의 기운도 간혹 엿보이지만, 이따금씩 느껴지는 설움 혹은 무너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길고 쌉싸래한 여운은 섬세한 청취를 부른다. 프로듀서 홍갑의 기타 연주 또한 일품이다.
출몰지역 오는 3월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눈뜨고 코베인
눈뜨고 코베인


사건명 사랑의 응급환자 삐뽀삐뽀
용의자 눈뜨고코베인(깜악귀, 연리목, 슬프니, 최영두, 고태희)
사건일자 2016.02.04
첫인상 리더 깜악귀를 중심으로 연리목, 슬프니, 최영두, 고태희로 구성된, 범상치 않은 이름의 5인조 록 밴드. 눈뜨고코베인은 지극히 일상적인 연애 감정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이야기나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과학자의 과대망상 같은 이야기를 괴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만들어왔다. 그간 정규 앨범 위주의 활동을 보여왔으나 지난해부터 싱글발매프로젝트를 진행, 4계절 러브송의 마지막시리즈인 ‘사랑의 응급환자 삐뽀삐뽀’를 발표했다.
추천트랙 ‘사랑의 응급환자 삐뽀삐뽀’. 제목부터 참 눈뜨고코베인스럽다. ‘병맛’인데 저릿하고 키치한데 외롭다. 노래를 들어보자. 찰랑거리는 기타, 발랄하게 튀는 리듬과 재치 있는 가사가 사뭇 유쾌하게 느껴질 때 즈음, “삐뽀삐뽀삐뽀 우리 집에 와요 오늘 밤에 나 지금 아픈 걸요”이란 후렴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순간 알 수 없는 처연함이 밀려온다. 도움을 요청하는 응급환자의 외침이 어쩐지 공허하게 들린다.
출몰지역 오는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FF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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