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4차 산업혁명…신기술이 일자리를 바꾼다
증기자동차 이전 영국의 주요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수많은 마부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격렬한 시위에 나섰고, 결국 1865년 빅토리아 여왕은 ‘붉은 깃발법’을 선포했다. 이 법은 한 대의 자동차에는 세 명의 운전사가 필요하고, 그중 한 사람은 붉은 깃발(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을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6.4㎞(시가지에선 3.2㎞)로 제한했다. 시(市) 경계를 지날 때는 도로세도 의무화했다. 마부들의 저항에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를 타야 할 ‘유인(引誘)’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이 법은 1896년 폐지됐다. 하지만 사양산업인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신산업인 자동차의 성장을 가로막은 꼴이 됐다. 그 사이 영국에서 달리지 못한 자동차는 독일·프랑스를 질주했다.
‘붉은 깃발법’의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그런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는 점이다. 셋째로 단기적으로 없어지는 일자리의 공백이 크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없어지는 일자리에 관심을 두곤 한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석이 많다.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자동화로 인간의 일손이 줄어든다는 게 논거다. 지난달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에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미래의 직업’ 보고서도 발표됐다. 물론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자동차는 마부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그후 수백년 동안 마부보다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일자리’를 창출했다. 인터넷 또한 수많은 일자리를 없애고, 수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은 산업의 프레임을 바꾸고, 일자리의 구조를 바꾼다. 4차 산업혁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4, 5면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일자리의 구조 변화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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