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자율주행 차량을 모는 인공지능(AI)도 사람처럼 연방법률에 규정된 '운전자'로 볼 수 있다고 미국 교통당국이 판단했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날이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구글에 보낸 서한에서 "NHTSA는 구글이 설명한 '운전자'를 자동차 사용자가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해석할 것"이라며 "구글의 자율주행차엔 지난 100여 년간 자동차들에 있던 전통적 개념의 '운전자'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답변서는 구글이 지난해 11월 NHTSA에 자사의 자율주행 차량이 연방법상 차량 안전 규정에 부합하는지 묻는 질의서의 응답으로, 지난 4일 NHTSA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9일 뒤늦게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폴 헤머스바우 NHTSA 최고 자문관은 답변서에서 "인간 사용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운전하는 '무언가'를 '운전자'로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며 "구글의 경우엔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제로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차량에는 운전자석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자율주행 차량도 따라야 하느냐는 구글의 질문에도 NHTSA는 "(자율주행 차량의) '운전자'는 좌석이 필요없다"고 답했다.

NHTSA의 이 같은 판단이 당장 무인차 상용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교통당국이 운전자 개념에 대해 전향적인 해석을 내놨다는 점에서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주행이 실현되는 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동안 구글을 비롯한 무인차 개발 업체들은 전통적인 자동차 개념에 기반한 미국의 연방법이나 주(州)법이 자율주행 차량의 테스트나 실제 도로 주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NHTSA는 답변서에서 발로 조작하는 제동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등의 현행 자동차 안전 규정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이 인간 운전자 차량에 맞춰 만들어진 규정을 어떻게 충족시킬지가 다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교통부는 지난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40억 달러(약 4조8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국 기업들의 무인차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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