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와 임차인 간에 상가권리금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2월10일자 A19면)다. 건물주들이 새 임차인에게 종전보다 대폭 올라간 보증금과 임대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들이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못 받게 됐다며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지난해 5월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해주겠다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 뒤 분쟁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진작부터 예상한 일들이다. 문제의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가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건물주 입장에선 권리금 소송 가능성을 꺼려 미리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개정법은 현저히 높은 임차료와 보증금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저한 고액’이 어느 수준인지 명확하지도 않다.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끝까지 소송을 가도 사안마다 판결이 엇갈릴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리금 문제는 처음부터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권리금이란 시장과 업황, 영업상태 등에 따라 급등락하는 유무형의 가치다. 장사가 안돼 폐업이 많은 음식점, 소매업의 권리금 하락폭은 훨씬 크다. 권리금이란 임차인이 매장 가치를 평가해 스스로 떠안는 리스크이지, 임대인의 강요로 임대인에게 내는 게 아니다. 이런 권리금을 고정된 가치처럼 법으로 규정하면 분쟁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상거래 관계를 갑을관계나 강자·약자라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해 법으로 규제하고 재단하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런 ‘억지 법’ 탓에 권리금이 완전히 소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포퓰리즘과 법 만능주의가 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