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전세 보증금 신고하는 '가장임차인' 많아…허위 증거 찾아내면 고수익
요즘 경매시장에서 매물에 법적인 하자가 있는 소위 ‘특수물건’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일반인이 많이 접근하는 유형이 ‘가장임차인’으로 추정되는 점유자가 존재하는 물건이다. 물건명세서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것처럼 공지돼 있지만 실상 내막을 캐보면 위장임차인이어서 낙찰자가 떠안을 게 없는 물건이 바로 ‘가장임차인’ 물건이다.

경매시장 과열로 낙찰과 동시에 수익을 내기가 불가능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도 가장임차인 물건을 찾아내 적지 않은 수익을 낸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해본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전용면적 60㎡의 대단지 아파트가 작년 경매에 나왔다. 지하철이 바로 코앞이었고 인근에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어 학군도 좋았다. 향과 층, 입지 또한 양호한 아파트였다. 최초 감정가는 2억원, 한 번 유찰된 당시 최저가는 1억4000만원 선이었다. 감정평가 시점인 6개월 전보다 가치가 꾸준히 상승해 실제 시세는 2억2000만원 선이었다.

법적인 하자가 없는 일반물건이었다면 평균 수십 명이 응찰해 감정가를 훌쩍 넘기는 금액에서 낙찰됐을 터지만, 이 물건에는 일견 대항력 있어 보이는 임차인이 존재했다.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인수시킬 권리인 ‘대항력’은 있지만, 다른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우선해 배당받을 권리인 ‘우선변제권’은 확정일자가 늦어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쉽게 말해 임차인이 주장하는 보증금 전액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임차인이 법원에 신고한 전세 보증금 금액은 무려 1억3500만원. 임차인이 진정한 임차인이라면 낙찰가는 7000만원 이하에서 형성돼야 정상인 물건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몇 번이고 더 유찰돼야 할 물건이었지만 필자의 제자 H씨는 오히려 최저응찰가보다 3000만원을 더 써내 이 물건을 낙찰받았다. 위장임차인이라는 확신을 가져서다.

물건의 임차인은 보증금이 거액임에도 공인중개사 없이 직거래를 했고, 전입일자와 확정일자 사이에 상당한 이격이 있어 정상적인 임차인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을 한 H씨는 응찰 전 내막을 캐기 위해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은행과 경비실, 관리실 등을 집중 탐문해 현재 임차인의 남편과 전 소유자가 형제 사이란 점을 밝혀냈다. 임대차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본 결과 여러 허점 또한 찾아낼 수 있었다.

위장임차인이라는 심증은 강했지만 자칫 판단착오가 있으면 적지 않은 손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망설이던 H씨는 필자와 이런저런 상의를 거쳐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뒤 응찰을 결심했다. 비록 난도가 좀 있는 물건이었지만 요즘 같은 과열기에 한두 명 경쟁자가 있으리라는 판단으로 최저가보다 3000만원 정도를 올려 응찰했다. 예상과 달리 경쟁자는 없었고 H씨는 1억7000만원에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낙찰 즉시 H씨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위장임차인임을 순순히 시인하지 않으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통해 강제로 명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고 몇 차례 만나 협의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보증금 1억3000여만원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임차인은 H씨가 몇 번 만나 경고와 설득을 반복하자 순순히 무상임차인임을 시인했다. 오히려 H씨에게 집을 구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역전됐다.

마음 좋은 H씨는 임차인의 사정을 받아들여 한 달여의 시간을 줬고 임차인은 그 시간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적당한 집을 구해 나갔다. 신고된 보증금이 거액이었고, 점유자의 태도 또한 완강해 장기간 명도소송까지 고려했던 이 물건은 이렇듯 잔금을 치른 뒤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순조롭게 명도가 끝났다. 곧바로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를 내줬다. 이 물건의 전세가는 2억1000만원에서 형성돼 있고 매매가는 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그쪽 지역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향후 2년간은 꾸준히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필자의 조언에 H씨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이 물건에서 보듯 특수물건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몇몇 경매인의 전유 영역이 아니다. 평범한 주부인 H씨가 위장임차인임을 밝혀내 큰 수익을 낸 건 의심스러운 정황을 끝까지 파고든 끈기와 노력 그리고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률 하락으로 경매하기 더없이 좋은 시절인 요즘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알찬 수익을 거두길 소망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