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전 던지기
축구 경기 때마다 심판이 양 팀 주장 앞에서 동전을 던진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빅 매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습은 언제, 왜 생긴 걸까. 동전 선택은 고대 로마부터 있었다고 한다. 로마 금화는 앞면에 액수만 적혀 있고 뒷면은 비어 있었다. 그러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얼굴을 넣으라고 명령하면서 한쪽에는 액수, 다른 쪽에는 황제 얼굴이 새겨졌다.

문제는 어디가 앞이냐 하는 것이었다. 격론 끝에 얼굴 부분이 앞면, 숫자 부분이 뒷면으로 결정됐다. 나중에 등장한 얼굴이 액수보다 앞선 것은 황제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동전을 던져 황제 얼굴이 나오면 좋은 뜻으로 해석했다. 중대한 결정을 동전 던지기에 맡기는 게 다소 비이성적이긴 하지만, 당시만 해도 황제 뜻이 곧 하늘 뜻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2분의 1이다. 동전 모양이나 두께 등의 요인이 미세하게 작용하긴 해도 이 확률은 거의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50%의 확률을 믿지 않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 든다. 앞면이 여러 번 나온 뒤에는 반드시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오류는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가장 흔한 사례가 ‘도박사의 오류’와 ‘뜨거운 손 오류’다.

1913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룰렛 게임에서 구슬이 20번이나 연거푸 검은색 숫자에 떨어지자 이젠 붉은색 차례라며 거액을 베팅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구슬은 또 검은색 위로 떨어졌고 27번째에야 바뀌었다. 갈수록 돈을 더 많이 건 사람들은 쫄딱 망하고 말았다. ‘몬테카를로의 오류’라고도 불리는 이 사례는 확률을 섣불리 예측하는 잘못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계속 검은색이었으니 이번엔 붉은색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럴듯해 보이지만, 승률이 50%라면 20번 연패 이후라도 21번째의 확률은 똑같이 절반이다. 이는 주식 투자에서도 많이 저지르는 오류다. 이와 반대 현상이 ‘뜨거운 손 오류’다. 도박이나 스포츠에서 ‘운빨’이 좋은 사람이 계속 잘될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컨디션과 실력의 변수는 있지만 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에 ‘동전 던지기’가 여섯 번이나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 와중에 힐러리 클린턴의 ‘싹쓸이’가 또 화제를 모았다. 그것이 행운을 암시하는 것인지, 유권자들의 결정장애를 반영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직도 국가 대사를 동전으로 선택하는 일이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놀랍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