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가 유가 급락 여파로 2년 연속 ‘가장 비참한 나라’ 1위에 올랐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물가와 실업률로 산출하는 ‘고통지수(misery index)’에서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59.7로, 2위 아르헨티나(39.9)의 네 배다. 올해도 1위가 유력하다. 안 그래도 경제는 총체적 붕괴상태다. 성장률이 2014년 -4%, 지난해 -10%에 이어 올해 -1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는 지난해 275% 폭등한 것으로 IMF는 추정했다. 암시장에서 볼리바르화(貨) 가치는 최근 2년 새 94%나 폭락했다.

이렇다 보니 FT는 어제 사설에서 “베네수엘라는 차라리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최대 희망일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경제위기를 넘어 식량·생필품 고갈로 인한 ‘인도적 위기’와 난민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다. 일본 노무라는 올 하반기 돌발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리카도 하우스만 미 하버드대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도 “재앙을 비켜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진단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고유가 덕에 떵떵거리며 공짜복지를 자랑하던 나라의 현주소다. 반면 고통지수가 낮은 국가는 태국 싱가포르 스위스 일본 대만 한국 등의 순이었다. 하나같이 변변한 자원이 없고 넘치는 것이라곤 사람뿐인 나라들이다.

아울러 뉴질랜드에선 최근 실업률이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경제가 되살아나, 뉴질랜드 달러화 약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에 되레 손실을 안겼다는 블룸버그 보도다. ‘키위(뉴질랜드인을 뜻하는 속어) 엑소더스’라고 할 만큼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민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 3년은 양국 간 이민자 숫자가 역전했다고 한다. 결국 무엇이 국가의 진정한 자산이고 국부를 증진시키는지 자명하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는지도 더욱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