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나쁜놈은 죽는다
나쁜놈은 죽는다

“손예진 영화가 개봉했다고요?”

지난 4일 개봉한 손예진-진백림 주연의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이하 나쁜놈)에 대한 대다수의 반응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이러하니, 흥행이 좋을 리 없다. 실제로 영화는 개봉 첫날 1,460명 동원에 그치며 박스오피스 10위 턱걸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손예진의 명성을 생각하면 한참 아쉬운 성적. 제작에 참여한 강제규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더욱 의외다.

‘나쁜놈’은 제주도 여행을 하던 친구들이 미스터리한 그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오락액션영화로 제주도에서 촬영이 진행된 한중합작영화다. 손예진의 ‘해적’ 이후 1년여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중국 진출작으로 중화권 스타 진백림의 만남으로 일찍이 화제가 됐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씨엔블루의 ‘신데렐라’가 중국어판으로 삽입,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이 브라더스가 투자, 배급을 맡고 뉴 파워 필름이 제작, 한국의 강제규 감독과 중국의 흥행 거장 평샤오강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총제작)로 참여,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 것 부풀린바 있다.

무늬만 보면 훌륭한 이 영화는 왜 이토록 부진을 면치 못할까. 일단 앞에서 언급했듯 영화에 대한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꼽을 수 있다. 배우들의 홍보 활동이 전무한 것이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손예진 진백림
손예진 진백림

보통의 경우, 주연 배우들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알린다. 하지만 지난 1월 29일 열린 ‘나쁜놈’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주연배우 손예진과 진백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터뷰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나쁜놈’ 홍보사 관계자는 “시사회도 그렇고 인터뷰도 그렇고, 배우 분들과의 스케줄 조율이 잘 안 됐다. 지방에서 영화 촬영 중이라 시간을 빼기가 힘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영화 촬영으로 홍보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말은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 그런 논리라면 영화 홍보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은 없다. 대다수의 배우들이 차기작을 촬영하면서 시간을 조율해 영화 홍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이 아쉬운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배급 여건이다. ‘나쁜놈’은 현재 전국 129개관에서만 관객을 만나고 있다. 흥행을 위해선 턱 없이 부족한 스크린 수다. 이에 대해 ‘나쁜놈’ 측 한국 관계자는 “우리 역시 배급 상황이 당황스럽다. 서울의 경우 상영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배우 분들이 (홍보에) 안 뛰어준 것 보다, 극장 상황이 더욱 악재”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쁜놈’은 무려 1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한국에서의 흥행이 이러니, 중국에서 만회해야 할 텐데 이마저도 상황은 이미 종료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개봉한 ‘나쁜놈’은 개봉 첫 주 4위로 데뷔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정확한 흥행 수치에 대해 국내 관계자는 “우리도 확실하게 모른다. 중국 측에 확인을 해 봐야 하는데,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국에서의 흥행 실패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진백림 씨가 중국에서 인기가 높지만 ‘나쁜놈’에서 한국어로 대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 관객들이 ‘나쁜놈’을 한국영화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먼저 개봉한 탓에 이미 불법 공유 사이트에 유출된” 것도 ‘나쁜놈’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나쁜놈은 죽는다’는 이대로 죽을까. 여러모로 사면초가에 몰린 실정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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