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은 기아자동차에 있어 남다르다. 기아차도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제차인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그늘에 가려 높은 디자인 완성도와 상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차라는 수식이 따른다.

그런 K7이 7년만에 2세대로 태어났다. 국내 최초 전륜 8단 자동변속기와 크렐 프리미엄 오디오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여기에 피터 슈라이어가 다듬은 디자인도 기아차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스타일
전체적으로 구형보다 직선미가 도드라진다. 음각 타입 세로 바 라디에이터 그릴과 'Z' 형상의 LED 주간주행등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특히 그릴의 음각은 칼을 연상케 해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을 만큼 날카롭게 다듬었다. 기아차는 이를 '인탈리오 그릴'이라고 명명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후면 디자인의 주제도 직선미다. 좌우 램프를 잇는 크롬가니시가 특징인데, 이 때문에 K9뿐 아니라 최근 출시한 신형 스포티지와도 많이 닮았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뒷모양에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기아차의 의지가 엿보인다.

측면은 차체 높이를 이전보다 낮춘 덕분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반면 전륜구동임에도 앞 오버행의 비율로 역동성이 엿보인다. 최고급 트림에 걸맞는 19인치 휠은 준대형차에 당당함을 불어넣는 요소다.

실내 센터페시아는 준대형차 이상에서 주로 추구하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적용, 넓어보이는 효과를 냈다. 대시보드에는 가죽, 천장과 기둥에는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우드그레인 색감도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디스플레이와 각종 스위치류의 영역을 분리, 시인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조작편의성도 고려했다. 스티어링 휠은 소재와 그립감, 스위치의 배치 등이 적절한 반면 디자인이 너무 단조롭다. 실내에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여서 아쉬운 부분이다.

세미버킷 시트는 벌집 모양의 스티치를 넣은 퀼팅 나파가죽을 사용했다. 착좌감은 흠잡을 데가 없다. 뒷자리는 한층 넉넉해졌는데, 구형보다 휠베이스를 10㎜ 늘려 동급 최장의 휠베이스를 확보한 결과다. 의전용으로도 쓰는 차의 성격 상 장점이 될 수 있겠다. 양 쪽으로 열리는 콘솔과 센터페시아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는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대형차에 자주 쓰는 방식이다.

▲성능 및 상품성
제원표 상 시승차의 엔진은 V6 3.3ℓ 가솔린 직분사로 최고 290마력, 최대 35.0㎏·m를 낸다. 완성차로는 최초 개발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장착해 복합효율은 ℓ당 9.7㎞를 확보했다.

엔진 출력은 1세대 K7과 동일하다. 290마력의 성능은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혀 부족함이 없다. 출발 직후와 가속, 심지어 오르막에도 힘이 남아돈다. 가속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춰 세팅한 듯하다.

기아차가 가장 강조하는 8단 변속기는 신속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7단에서 8단으로 올라가는 변속시점이 느려 전체적으로 주행보다 효율에 초첨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트, 스마트 등 4가지가 있으나 모드별로 차이가 뚜렷하지는 않다. 주행감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패들시프터를 갖추지 못한 점은 아쉽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 이상으로 정속주행을 시작했다.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을 유지한다.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직분사 엔진 특유의 소음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개선한 느낌이다. 하체는 철저히 운전자 중심으로 세팅했지만 구형보다는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한 쪽에 가깝다. 따라서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을 준다. 최근 논란이 되는 MDPS(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인데, 잠시 차가 없는 직선구간에서 몇 초간 손을 떼봤다. 차가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치는 듯 했으나 실험구간이 완전한 직선인지 그리고 평지인지 단정할 수 없어 확실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오디오는 '크렐(KRELL)'사 제품으로 총 12개의 스피커와 고성능 외장앰프를 탑재했다. 시승중 기아차가 USB에 저장한 음악을 감상했다. 회사측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부분이지만 오디오 마니아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품질을 논하기에는 다소 난해했다.

새 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선택품목으로 마련했다. 기존 K9에만 적용했던 품목이다. 이 장비는 사전계약에서도 높은 선택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무선 충전기능이 있는 트레이도 유용하다.

▲총평
새 차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다만 '디자인의 기아'다운 외관과 실내는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을 중시하는 운전자에게 선택가치가 있다.

기아차는 1세대 K7부터 현 2세대까지 맞상대로 렉서스 ES350을 지목했다. 가격 대비 상품성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지만 브랜드 파워에선 열세다. 또 준대형 세단부문은 과거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는 일은 소비자들의 객관적인 평가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2.4ℓ 가솔린 3,090만 원, 2.2ℓ 디젤 3,370만 원, 3.3ℓ 가솔린 노블레스 3,490만~3,920만 원, 3.0ℓ LPG 2,495만~3,090만 원이다. 시승차는 3.3ℓ 가솔린 최고 트림으로, 모든 선택품목을 갖춰 4,015만 원의 가격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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