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는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선보인 이후 '안전의 대명사'란 수식어만 유독 강조돼 왔다. 주행 안전과 관련된 기술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오히려 다른 장점들이 그늘에 가려져왔던 것. 그 중엔 유럽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고성능 기술도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볼보차는 1990년대 중반 'R'이란 이니셜을 통해 고성능에 대한 열망을 풀어낸 바 있다. 당시 주력 제품이던 850을 바탕으로 동력계, 섀시 등을 손본 것. 이후 제품 전략이 바뀌면서 유산은 현재 'R-디자인'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R-디자인은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 만큼의 완전한 고성능은 아니지만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성능, 디자인을 소폭 개량한 이른바 '스포츠 패키지'다. 적용 제품이 세단에 이어 왜건, SUV 전체로 확대되면서 제 자리를 잡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가운데 브랜드 내 가장 빠른 제품인 S60 T6 R-디자인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S60에 스타일링 패키지를 장착해 공격적이다. 전면부는 안전벨트를 형상화한 그릴과 각진 헤드램프, 입체적으로 뻗은 후드의 굴곡이 먹잇감을 노리는 표범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 안개등 자리는 주간 주행등으로 구성했으며 커버는 구멍을 뚫어 전륜 브레이크의 냉각을 돕는다.

측면은 정지한 상태에서도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도발적인 자세다. 쿠페형 세단의 실루엣 안으로 물 흐르듯 새긴 캐릭터 라인은 볼보 제품 중 가장 유연하다. 은색 사이드미러와 19인치 알로이 휠은 R-디자인 전용이다. 휠은 투톤 색상에 작은 핀들을 심어 섬세함을 표현했다. 휠을 체결하는 볼트 커버도 마감에 신경 쓴 모습이다.

후면부는 독수리 머리 모양의 테일램프가 상단에 위치한다. 때문에 차가 껑충한 느낌이다. 반면 트렁크 리드에 립 스포일러를 덧대 공력성능 강화를 노렸다. 범퍼 아래도 디퓨저와 원형 듀얼 머플러로 성능 향상을 표현했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어둡다. 천장과 각 기둥을 흑색으로 덮어서다. 경쟁 브랜드의 고성능 제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다. 이밖에 스티어링 휠, 도어 스커프 등에 R-디자인 뱃지를 부착해 일반형과 차별화했다. 스티어링 휠 뒤편은 패들 시프터를 마련해 기어 변속에 대한 편의성을 높였다.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급선회 시 몸의 쏠림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볼보차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채택한 센터페시아는 뒤편을 수납공간으로 마련해 독창성과 실용성을 다 잡았다. 2010년 지금의 2세대 공개 이후 크게 바뀌지 않은데다 편의품목이 많지 않지만 질리지 않은 이유다. 다이얼로 주소만 검색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은 불편하다.

▲성능
S60 T6 R-디자인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더한 4기통 2.0ℓ가솔린 엔진이다. 두 가지 각기 다른 과급기를 통해 흡기 성능을 배가시켜 출력을 높인 것. 응답성과 고회전 출력을 고루 높일 수 있었고 덕분에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네 바퀴를 굴릴만하지만 구동력은 온전히 앞바퀴에만 전달되는 점이 특징이다. 회사가 밝힌 0→100㎞/h 도달 시간은 5.9초다. 2t에 가까운 차를 끄는 힘은 속도계 바늘을 돌리는데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직결감 좋은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기술을 접목시켜 효율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고성능에 초점을 둔만큼 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표시 효율은 복합 10.6㎞/ℓ, 도심 9.1㎞/ℓ, 고속도로 13.4㎞/ℓ다. 600㎞간 시내 교외를 오간 실 주행 평균 효율은 ℓ당 8.4㎞였다.

무게가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과 고속안정성은 전륜구동인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정도다.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토크 벡터링 노하우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판단이다. 덕분에 고속 코너링에서도 쉽게 언더스티어가 나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역동적이라 말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 차분히 충격을 거르는 일반적인 설정에 가깝다.

브레이크의 답력은 충분하다. 디스크가 작아 보인 탓에 우려되긴 했지만 일반적인 감속 뿐 아니라 안전품목과 연동해 제동력 확보에 신경 쓴 흔적이 매우 역력하다. 안전 품목은 전방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와 함께 감속이나 제동이 이뤄지는 '인텔리 세이프'와 속도와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을 마련했다.

▲총평
S60 T6 R-디자인은 엔진 다운사이징에 고성능을 버무린 스포츠 세단이다. 비록 출시가 이뤄진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의 판매대수는 18대에 불과하지만 모든 고성능 제품이 그렇듯 궁극적인 목표는 제품군 확충,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 견인에 있다.

볼보차는 최근 국내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 외에도 디자인, 효율, 성능 등 다방면에서의 제품력 향상을 보여주는 만큼 럭셔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큰 차체를 움직이는 성능이 밑받침돼야 한다. 이것이 볼보차가 R-디자인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S60 T6 R-디자인의 가격은 5,85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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