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서울 마포구에 사는 A(39)씨는 평소 집근처에 위치한 주유소를 주로 이용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한때 리터(ℓ)당 2천원이 훌쩍 넘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 1천400원 안팎까지 떨어지자 한결 부담이 덜했다. A씨는 그러나 주말을 이용해 처가가 있는 대구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처가 근처에 있는 주유소 대부분이 휘발유를 ℓ당 1천300원 이하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평소대로 "8만원 어치 넣어주세요"라고 요청했지만 주유소 직원은 "탱크가 차서 더이상 들어가지 않습니다"라며 6만7천원이 찍힌 영수증을 내밀었다.

1일 오피넷 등에 따르면 1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380.2원으로 전주 대비 11.6원 하락하면서 2009년 1월 셋째주(1천360.9원) 이후 7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휘발유 가격은 들쭉날쭉이다.

전국에서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로 전국 평균 대비 87.6원 높은 ℓ당 1천467.8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는 ℓ당 1천351.6원으로 서울에 비해 무려 116.2원 싼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에 이어 세종시(1천397원), 충남(1천390원), 강원(1천388원), 경기(1천386원), 충북(1천386원) 등은 전국 평균에 비해 가격이 높았지만 인천(1천380원), 제주(1천378원), 대전(1천376원), 전북(1천368원), 경남(1천366원), 광주(1천364원), 부산(1천362원), 경북(1천362원), 울산(1천358원) 등은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왜 이같은 차이가 나타날까. 업계에서는 PC방이나 노래방처럼 주유소의 숫자, 경쟁도가 휘발유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경쟁이 심할 경우 주유소들은 마진을 일정부분 포기하더라도 가격을 내리지만 주변에 경쟁하는 주유소가 없을 경우에는 가격을 올려받는다는 것이다.

주유소가 몰려있는데다 소위 '큰손 주유소'가 끼여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이상 좋을 수 없다.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동의 항동7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인천항과 제1, 2경인 고속도로를 잇는 교통량 집중 도로로 특히 대형 화물차량이 많이 오간다. 이 도로에는 SK에너지 5곳, GS칼텍스 2곳, 현대오일뱅크 1곳 등 무려 8개의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이중에서도 GS칼텍스의 오일캠프 주유소는 전국 최대 규모로 크기가 9천900㎡에 달해 일반 주유소보다 10배 정도 크다. 주유기 숫자만 48개로 동시에 96대를 주유할 수 있다.

GS 오일캠프 주유소는 현재 휘발유를 ℓ당 1천327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주변 주유소 5곳도 같은 가격을 책정했다. 경유는 GS오일캠프의 ℓ당 1천47원에 맞춰 나머지 7곳이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전국 평균에 비해 휘발유는 ℓ당 40원 이상, 경유는 80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소위 '큰손 주유소'가 있는 곳이나 비슷한 규모의 주유소 여러 곳이 최저가 전략을 내세워 치킨게임을 벌이는 곳이 있다면 해당 지역의 기름값 평균은 그만큼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4대문 안과 같은 곳에서는 주유소를 찾기가 힘들다 보니 '부르는게 값'이 된다. 서울 종로구와 중구 등에서는 아직도 ℓ당 1천800∼1천900원을 고수하는 주유소가 여러 곳 있다. 땅값이 싼 강원도 지역의 휘발유 가격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비싼 것도, 평균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울산 지역의 휘발유 가격이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도 경쟁 정도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강원도 내 주유소는 모두 721곳으로 제주도(197곳)를 제외하고는 도 지역 중에서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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