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토인사이트가 자동차 부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간단하다. 국산차의 차체 부식이 수입차보다 5배가 많으며, 사용 연한이 오래될수록 부식 발생건수가 많았다는 점이다. 5년이 지난 자동차의 부식 발생 건수는 100대당 국산차가 10.8건, 수입차는 2.3건이었고, 11년이 지난 차를 대상으로 해봤더니 국산차는 71.5건, 수입차는 15.5건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국산차 부식이 수입차의 5배 수준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서 2%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차급 변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부식이 발생한 제품이 고급차인지, 아니면 범용 수준의 대중적인 차인지 구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차의 등급에 따라 아연도금 비율이 다르고, 이는 곧 부식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지만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조사 회사에 물어보니 "부식이 많이 발생한 차종의 순위를 공개함으로써 차급 분류가 없는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칼럼]자동차 부식 통계의 2% 부족한 점

그래서 공개된 차종을 살펴보니 대부분 이미 단종 됐거나 오래된 제품이 주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식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발생하는 만큼 연식이 짧다면 쉽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나는 건 2004년 이전에 생산된 제품은 수입차가 15.5건의 부식이 발생할 때 국산차는 평균 24.6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산차의 부식에선 현대기아차가 83.4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10년 구입자 대상 조사에선 수입차가 2.3건, 국산차는 3.9건으로 격차가 줄었고, 현대기아차는 11.6건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국산차의 아연도금 비율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차급은 배제돼 있다. 중대형 고급차가 대부분인 수입차와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판매된 국산차를 직접 비교한 통계는 설득력을 얻기에 부족하지만 통계 자체가 차급보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부식을 바라보는 소비자 생각을 보여주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결과다. 실제 조사 회사는 "차급별로 차이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부식이 많이 발생한 차종의 명단 공개가 차급 분류가 없는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비교의 전제는 대상이 언제나 비슷한 조건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차급별 분류가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통계 전문가들 또한 단순히 부식을 '국산차 vs 수입차'로 구분 짓는 것 외에 '차급'도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심슨의 역설(Simpson’s paradox)'로 유명한 영국의 통계학자 에드워드 심슨(Edward Hugh Simpson)은 1951년 변수가 달라질수록 부분과 전체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당시 심슨은 특정 대학의 남녀 신입생 입학률을 조사했는데, 각 과별로는 남학생보다 여학생 합격률이 높았지만 정작 전체 통계를 내보니 남학생 합격률이 높았음을 파악했다. 이는 통계의 변수가 그만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고, 심슨은 이를 '통계의 역설'로 불렀다.

부식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발생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 준중형 이하는 부식 방지 도금을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대형 고급차를 중심으로 아연도금이 확산된다는 점에서 차급은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 중대형 위주로 판매된 수입차와 그렇지 않은 국산차 부식의 절대 비교를 통해 심각성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부식은 아연도금 비율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차급별 분류는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공개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국산차와 수입차 관계없이 보고 싶은 통계는 차급별 부식 발생이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던 게 2%의 아쉬움이었다는 뜻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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