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분기 '어닝 쇼크'

글로벌 경기침체 속 중국 기업과 경쟁 격화
삼성전자 영업益 16.9%↓ 현대차 19%↓
유화 빼고 모든 업종이 "올해도 어려울 듯"
포스코는 1968년 설립됐다. 포항제철소를 지어 1973년 6월9일 첫 쇳물을 생산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그런 포스코가 4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순손실(연결기준)을 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라는 포스코의 적자전환은 한국 제조업체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 16.9%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4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조선과 철강은 여전히 어렵다. 석유화학 정도만 저(低)유가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 한국 대표 제조업이 ‘실적 절벽’에 부딪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대표기업들 '실적 절벽'] 추락하는 한국 제조업…'철강 신화' 포스코마저 첫 적자

◆확인된 ‘실적 절벽’

한국경제신문이 5대 주력 업종인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유화의 대표 기업 12곳의 작년 4분기 실적(일부는 증권업계 추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0조807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11조3763억원)보다 5.0% 감소한 수치다. 6조142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실적 악화는 더 두드러진다. 11개 기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664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4% 급감했다.

중국 남미 등 신흥국과 중동지역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의 실적이 특히 부진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55.0% 줄어 조사대상 기업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19.2%)와 삼성중공업(-45.0%)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동안 호실적을 내던 반도체도 주춤했다. 수요 감소에 D램값 하락까지 겹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0.7%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대규모 부실의 늪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주력 업종이 보이지 않는다. 유화 업종만이 유가 하락에 힘입어 기초 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원재료와 완제품 가격의 차이)가 커지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돼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유화 제외한 모든 업종 ‘흐림’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경기 위축과 미국 금리 인상, 유가 하락 등 악재투성이다.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은 국회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드론이나 로봇, 바이오 등 신사업을 기대해 보지만, 규제에 막혀 언제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모른다. 중국 기업의 추격은 더욱 거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화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자·정보기술(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 조선 등 제조업 전반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IT 업종은 대표적인 ‘흐림’ 업종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성장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7.4%)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과 투자로 디스플레이는 1년 새 평균가격이 30% 떨어졌다.

중국과 치열하게 경합 중인 철강도 여전히 ‘흐림’이다. 중국 업체들은 작년보다 29% 싼 가격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역시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반짝했던 내수 판매가 올해는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초유의 어닝쇼크를 겪은 조선 업종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설비 과잉과 저유가로 올해 수주량은 전년보다 27% 감소할 전망이다.

작년 실적이 괜찮았던 유화업종도 낙관만 할 수 없다. 유화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앞으로 2~3년 안에 구조적인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송종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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