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격랑 속 중국 경제, AEC와 관계 강화할 때
중국 경제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려, 성장률 7%대의 ‘바오치(保七)시대’가 25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세계 경제에 갖가지 충격파를 안기고 있다.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대중(對中) 수출에 의존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로서는 보다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잘나가던 중국 경제는 왜 이렇게 휘청대고 있을까. 치솟던 주가는 날개를 잃은 듯 속락하고 있으며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침체요인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중국 경제는 고도성장과 병행한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 추진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과 1990년대 말에 한국 경제가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같은 후발국이 급속하게 고도성장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면 심각한 고급 기술인력 공급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고급 기술인력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인력 공급은 적기에 이뤄지지 않아서다. 한국 등에서 기술 인력을 빼내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같은 고급 기술인력에 대한 초과수요는 임금을 생산성 이상으로 급등시키고, 이에 따라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최근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 경쟁력 약화는 상당한 구조조정을 요하는 일로, 쉽고 간단한 처방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요 측면을 보자. 2008년 미국에서 비롯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적지 않은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부족을 겪으면서 중국 수출품의 해외 수요를 급감시키고 있다. 이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한 수급 양면의 구조적 취약성이 중국 경제의 침체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 경제는 중국의 수출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중국 경제와 연결돼 있다. 중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부품·소재의 대중 수출도 같이 늘어난다. 그런데 지금 중국 경제는 한국에서 수입하던 부품·소재를 빠르게 국산화하는 한편 수출 비중은 줄이고 내수를 증대시키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중국 경제의 흐름에 대처해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가급적 동남아경제블록(아세안경제공동체·AEC)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동남아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일방적으로 상품 수출증대만 꾀할 것이 아니라 동남아지역의 인프라 시장에 파고드는 방법으로 국가 간 관계를 확대·심화시켜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비(非)경제적, 비합리적 거래는 적절히 축소조정하면서 양자 간 상호의존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의 내수증대 정책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유통기업과 긴밀히 제휴해 한국 단독 수출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드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또 중국 경제의 대폭적인 구조조정 과정에 한국 자본을 투입, 다양한 형태의 제휴와 보완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경제에는 중국 시장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급속히 변화하는 중국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양국 경제관계의 상호보완성을 확실히 다져나가는 노력이 시급한 때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