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로 구제금융을 받는 첫 사례가 머잖아 나올 것이라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IMF와 세계은행이 중앙아시아의 대표적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에 40억달러를 긴급 대출해주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수출의 95%가 원유와 천연가스인 아제르바이잔은 유가 급락으로 치명타를 입은 대표적 신흥국이다. 달러 페그제를 택해온 이 나라는 지난 1년간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썼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페그제를 포기했다. 이후 통화가치가 35%나 폭락, 정부는 외화유출에 20%의 세금을 매기며 비상책을 쓰고 있지만 시위가 끊이지 않는 등 정정마저 극히 불안한 상태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디폴트 위험에 직면했다는 항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100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을 비롯,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신흥국들도 모니터링 중이라고 한다. 이들 국가가 디폴트 위험에 몰리게 된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달러 강세까지 겹쳐서다. 미국 은행들의 브라질 대출은 900억달러에 달하는데 브라질 헤알화 폭락과 달러 강세로 부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원유는 달러로 가격이 정해지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이외 국가들은 원유를 비롯, 달러 표시 상품 수입을 위해 더 많은 자국 통화를 지출해야 한다. 이는 다시 원유 등 원자재 수요를 줄여 가격하락과 수요 감소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유가하락의 피해가 막대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저유가와 중국 경기둔화로 뒤숭숭한 글로벌 시장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평균 37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 중 ‘저유가 디폴트’라도 발생한다면 글로벌 시장에는 또다시 큰 혼란이 생길지 모른다. 한국 증시에서 사상 최장인 37일 연속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순매수 전환 하루 만에 어제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안전띠를 꽉 졸라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