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자동차 판매가 처음으로 2만대를 넘어섰다. 올해부터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가 강화됨에 따라 그 이전에 한 해라도 세제 혜택을 더 보기 위해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수입차일수록 잘 팔리는 한국…작년 1억 넘는 수입차 2만3000대 팔렸다
◆고가 수입차 50% 이상 증가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을 넘는 수입차가 2만2844대 팔렸다. 2014년 1만4976대보다 52.5% 늘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이 24만3900대로 24.2%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율이 두 배를 넘는다.

2014년에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33.2%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증가폭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1억원 이상 고가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7.6%에서 지난해 9.4%로 1.8%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1억원 이상 국산차 판매량은 1000대를 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는 5.0(1억946만원)과 5.0 리무진(1억4303만원)이 합계 458대, 지난해 12월 출시된 제네시스 EQ900 5.0(1억1700만원)은 60대 팔렸다. 최고가 모델이 1억1192만원인 쌍용자동차 체어맨 5.0은 61대 판매됐다. 네 차종 판매량 합계는 579대로 2014년 1092대의 절반으로 줄었다.

◆2억원짜리 포르쉐 85%가 업무용

업계에선 고가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명의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가 고가 수입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2만2844대 중 1만8370대(80.4%)가 업무용이었다. 이 비중은 2014년 77.7%보다 2.7%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1억원 미만 수입차 22만1056대 중에선 업무용이 7만6941대로 34.8%에 그쳤다. 고가 수입차일수록 업무용 구매 비율이 높은 것이다.

업무용으로 팔린 고가 수입차 가운데 업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차종이 상당수 있었다. 가격이 4억원을 넘는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팔린 4대 중 3대가 업무용이었다. 대당 2억원짜리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터보도 49대 중 42대(85.7%)가 회사차로 등록됐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해 팔린 949대 중 869대(91.6%)가 업무용이었다.

지난해 정부가 ‘무늬만 회사차’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법 개정에 나서면서 고가 수입차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작년까지는 업무용 차량 구입비(5년간 연 20%씩)와 유지비(유류비·보험료 등)를 모두 경비로 처리할 수 있었다. 2억원짜리 차량을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의 업무용으로 등록하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덜 낼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연간 1000만원(구입비는 800만원)까지만 경비 처리가 가능해졌다. 1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실제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업무용 차 과세 강화를 앞두고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은 그동안 세금 혜택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업무용으로 등록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그 부분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