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단의 일원으로 재정·금융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EU 집행위원회의 관리 능력이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회계감사원(European Court of Auditors)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헝가리·라트비아·루마니아·아일랜드·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은 5개국에 대한 EU 집행위 관리감독이 전반적으로 부실(generally weak)했으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EU 집행위가 구제금융 실행과 관리를 통해 해당 국가가 개혁에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개별 국가에 맞는 개혁 처방을 내리지 못했으며, 개혁 이행을 감시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EU 집행위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초기에 위기 조짐과 경고를 간과함으로써 제때 금융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전의 실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매우 긴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지만 초기의 시행 착오는 나중에 개선됐으며 잘못은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국제금융을 받은 국가 중 일부는 이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회계감사원은 현재 3차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와 사이프러스에 대한 EU 집행위의 관리 감독에 대한 보고서는 추후에 발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은 지난해 8월 그리스에 대해 3년간 860억유로의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160억유로의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했다. 아울러 그리스의 은행 부문 개혁을 위해 54억유로를 제공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