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연 1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연 3~5%대의 은행권 대출과 20% 이상의 제2금융권·대부업 대출로 양분된 개인 신용대출의 중간지대를 겨냥한 것이다. 신용도 4~7등급의 ‘중신용자’가 대략 700만명에 달한다니 이들을 위한 적절한 신용대출 시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왜 정부가 대출방식을 정하고 가이드라인까지 세우느냐는 것이다. 은행권과 저축은행에 5000억원씩 재원을 조성하게 하고, 은행상품은 2000만원 한도에 연 10%, 저축은행은 1000만원 한도에 연 15%라는 영업모델을 제시했다. 당근책에다 점검까지 정부가 하겠다고 한다.

금융위는 ‘자율로 하게 했더니 잘 안 되더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정부가 물량한도를 정하고 이자까지 개입한 상품설계를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에서 잘 안 된다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시장조성을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도 금융위의 궁색한 해명이다. 간섭을 배제하고 규제를 덜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장조성이다. 아직도 이런 식이니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가계대출 억제를 명분으로 지난달 발표된 ‘주택담보대출 심사강화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기존대출 거치기간의 연장은 1회에 한한다’ ‘집단대출·소액대출은 예외로 거치식 일시상환이 가능해 이자만 낼 수 있다’ 등 온갖 시시콜콜한 대출 규정에까지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실무진으로 들어갔다지만 금융위가 마치 대한민국 금융지주회사처럼 행동하고 있다. 금융사 영업전략까지 간섭 통제하는 상황에서 금융 발전이 있겠는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상한 어버이처럼 일일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온 결과가 우간다 수준이라는 한국 금융의 실상이다. 취지가 그럴듯하니 당장에야 좋아 보이지만, 천사가 지옥을 만든다는 얘기는 금융산업에 더욱 들어맞는다. 글로벌 경쟁력 저하, 산업 구조조정 실패 등 금융산업의 적폐는 그렇게 쌓여왔다. 금융위는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구분하길 바란다. 그게 금융개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