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분석

법안 가결률 34%→13% 등 공공부문지수 100→26으로
'기업가 정신 지수' 37년 새 반토막…정치가 추락 '부채질'

기업가 정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사람이 많다. 기업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대학생들은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취직하길 원한다. 업무에 등을 돌린 국회에서 처리하는 법안은 별로 없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동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지적이 지수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기업가정신지수의 장기 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1976년 150.9였던 지수가 2013년 66.6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기업가정신지수는 37년 새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지수가 가장 낮았던 때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63.3)이었다.

한경연은 △경제활동 참가율 △수출 증감률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 △300명 이상 대규모 사업체 비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연구개발 투자비율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9급)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이 지수를 산정했다.

한경연은 지수가 50% 이상 급락한 데에는 공공부문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법안 가결률과 공무원 경쟁률 지표가 포함된 공공부문 지수는 1981년을 100으로 볼 때 1991년 90.7, 2001년 70.2, 2013년 26.4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민간부문 지수는 1981년 100에서 2013년 69.8로 떨어지긴 했지만 공공부문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작았다.

한경연에 따르면 법안 발의 건수는 15대 국회 1951건에서 19대 국회 1만4387건으로 7.4배 증가했으나 법안 가결률은 15대 국회 33.8%에서 19대 국회 12.9%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국회가 각종 경제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민간부문의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또 공무원 경쟁률(9급 기준)도 2013년 72 대 1로 1977년 20 대 1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업에 도전하기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는 1976년 41.99개에서 2013년 132.26개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같은 기간 6.8%에서 1.0%로 낮아졌다. 각종 제도적 제한으로 기존 기업의 성장 의지가 높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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