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전기자동차(EV)나 수소를 사용해서 달리는 연료전지차 등 이른바 친환경차(에코카) 관련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유가를 배경으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 "비용면 등에서 불리한 에코카의 수요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에코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유효한 대책으로 평가되면서 일본 업체들도 기술 개발을 서둘러 왔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이후 저유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기업의 성장 원천인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저유가는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미즈호증권의 기쿠치 마사토시 수석주식전략가는 "펀드 세력에 의한 매도가 배후에 있다"고 최근 에코카 관련 업체 주식들의 하락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면 수소액화기술 등을 취급하는 가와사키중공업이나 이와타니산업 등 주가는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진 최근 7개월간 주가 하락률이 눈에 띄게 컸다. 역시 자동차용 자석이나 수소충전소, 그리고 밧데리 업체 등 친환경 품목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의 주가도 닛케이평균주가 하락률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환경차용 구동장치를 생산하는 야스카와전기도 최근 추가가 많이 떨어졌다. 현재의 주식시세는 원유가격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헤지펀드 등 투자자본들 사이에서는 저유가를 재료로 한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저유가가 순풍이 되는 항공기 운송 등의 매수와, 역풍이 되는 자원주나 에코카 관련 업종의 매도를 조합시키는 '롱· 쇼트 전략'이 유행하고 있다"고 기구치씨는 분석했다.

'에코카 수난'의 구도가 보다 선명한 것이 미국의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다. 미 WTI(서부텍사스중질유) 원유 선물이 작년 최고치를 보였던 6월 10일과 비교하면,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공업주 30종 평균의 하락률은 1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 주식의 하락율은 20%를 넘고,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실제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증권의 후지토 노리히로 투자정보부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기름먹는 하마로 불리는 배기량이 큰 픽업트럭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12월의 미국 자동차판매에서 픽업트럭 등을 포함하는 '소형트럭'이 전년 동월비 19% 늘어난 반면 소형차 중심의 '승용차'는 3% 감소했다. 미국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EV사업을 축소한다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카산온라인증권의 이토 요시히로 수석전략가는 "이정도까지 휘발유 가격이 싸지면 체감으로도 에코카의 매력은 약해진다. 연금 등의 기관투자가도 (에코카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혈액'이라고도 불리는 원유 가격의 대폭적인 하락이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에코카 업체들에 대한 돌연한 역풍이 예상되면서 보다 광범위하고, 보다 예상이 곤란한 변화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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