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기존 한은의 전망치 0.8%를 밑도는 결과다. 지난해 연간 GDP 증가율은 2.6%였다. 역시 한은 전망치 2.7%에 못 미치는 수치다. 추경 편성,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로 3년간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이며 2012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출 증가율이 0.4%로 2014년(2.8%)보다 2.4%포인트나 하락한 영향이 컸다. 2009년(-0.3%) 후 6년 만에 최저다. 지난해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로 2010년(-1.4%)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부진이 경제성장을 깎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출을 단시간 내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률이 연 6%대로 주저앉은 데다 미국 경제도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이어 다시 0%대로 추락했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회복 역시 불투명하고 저유가로 중동의 구매력도 뚝 떨어졌다. 만만한 수출시장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걱정이다. 고령화와 투자부진 등이 고착화돼 과거 5%대의 높은 성장은 고사하고 이제는 3%대 성장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 이후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보면 고점과 저점이 모두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반(反)기업정서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탄 행정 규제가 투자를 위축시키고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올해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포퓰리즘 바람을 타고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굳이 선거가 아니어도 국회는 국가적 의사결정을 이뤄내지 못하는 ‘불임국회’가 된 지 오래다. 대한민국은 저성장 터널에 아예 갇혀버릴 수도 있다. 그때는 지금의 2.6% 성장조차 ‘좋았던 시절’로 회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