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밤 11시경 국세청 홈택스에 올라온 부가가치세 신고 기한 연장 공지.



"세금 한번 내 보겠다고 다른 일 다 팽개치고 밤 11시까지 마우스만 잡고 있었다"


"연장 근로, 국세청에서 전부 보상해라"


"차라리 서면신고를 하고 싶다"


2015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기한이 26일로 하루 연장됐다. 신고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신고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국세청이 자랑하는 홈택스 전자신고 시스템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신고마감을 불과 1시간 앞둔 밤 11시 경 신고기한 연장 사실을 알리며 불편을 초래해 죄송하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하루 종일 홈택스와 씨름하며 애간장을 태운 세무대리인들은 국세청의 늑장 대응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세청은 이번 신고를 앞두고 선진 전자신고 시스템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납세자들의 전자신고를 적극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체면을 제대로 구기고 말았다.


'악몽'의 25일 밤


26일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자신고 시스템이 느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5일 오후 1시경부터다. 부가세 신고 마지막 날 세무대리인들의 신고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


이후에는 아예 시스템이 차단되기도 했다.


가까스로 접속해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데이터 처리 중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데이터를 확인 하십시오'라는 기계적인 메시지만 돌아왔다. 세무대리인들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마저도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쉽지 않았다.


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흘러갔다.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하루 종일 마우스를 움켜쥔 채 모니터를 바라보던 세무사 사무소 직원들은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오후 7시, 8시, 9시 등 시스템이 정상화 됐다는 이야기가 이따금 들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내 먹통이 되고 말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9시30분 이후 정상화가 예상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지만 국세청은 11시 경 결국 사상 초유의 신고기한 연장 결정을 내렸다.


미신고에 따른 가산세 공포에선 잠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을 지켰던 세무대리인들과 직원들은 국세청의 안일한 대응에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제대로 뿔난 세무대리인들


세무대리인들은 국세청의 안일한 태도가 이 같은 전자신고 '대란'을 발생케 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새로 도입된 NTIS와 기업 및 세무사무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세무회계 프로그램이 충돌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자 부랴부랴 50개씩 나눠 제출하라는 등 늑장 대응을 펼쳤다고 지적한다.


한 세무대리인은 "20일경부터 과부하에 대비해 미리미리 신고서를 전송하라는 안내만 했더라도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울러 25일 오전 '오늘만큼은 연말정산과 면세사업자 수입금액신고 시스템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만 했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세무대리인 역시 "문제는 국세청이 연말정산과 부가세 신고를 같은 기간에 진행하면서 나온 문제다. 최소 부가세 신고 마지막 1주일 동안은 연말정산 신고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23~24일도 연말정산과 겹쳤다. (세무사무소)직원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세청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프로그램의 충돌이라며 향후 행정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빨리 해결될 줄 알았다"




국세청은 국세청차세대시스템(NTIS)과 외부프로그램의 충돌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NTIS가 도입 되면서 신고서에 대한 오류검증기능이 대량 추가 됐는데, 외부프로그램으로 신고서를 작성한 뒤 신고서를 일괄적으로 변환해 국세청에 제출하게 되는 경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즉 국세청 홈택스 내부프로그램 형식으로 개인이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세무대리인들이 외부프로그램으로 신고서를 작성해 파일변환 후 국세청에 신고하는 경우 오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과부하가 생긴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에 국세청은 25일 저녁 추가된 오류검증기능을 삭제하고 대량으로 들어오던 신고서를 50개씩 나누어 신고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기시간도 30초당 입력되는 것을 1~2분 간격을 두고 입력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연장 발표를 11시가 다 되어서야 공지한 것에 대해선 "일찍 정상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며 '장밋빛 전망'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고기한 연장 공지가 11시경에 됐는데 10시까지는 보완작업을 했다. 그런데 체크해보니 신고를 못한 인원이 있었고 그런 분들이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되니까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시스템 정상화 작업이 일찍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시스템을 아예 정지시키고 했으면 되는데 작업하는 도중에도 신고서가 많이 들어와서 생각보다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세청 시스템에 외부시스템을 맞추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NTIS가 잘못되거나 오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프로그램을 보완시켜서 충돌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과거에는 사소한 오류는 내부 홈택스에서 걸려내지 않았는데 검증 기능 강화로 사소한 오류로 잡아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외부프로그램을 NTIS에 맞춰야 되는 상황이라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세청의 이 같은 조치가 차후 진행된다 해도 이번 사태로 인해 국세청에 대한 세무대리인들의 '불신'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억원이라는 국가 IT사업 사상 최대 규모 예산이 투입된 NTIS에 대한 의구심도 점차 가중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rozzhj@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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