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법안을 속속 도입하면서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은 물론 민감한 사업 기밀까지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판세가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로비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BEPS발 세금 폭탄 피하자"…로비전 펼치는 구글·애플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BEPS의 주요 타깃인 구글은 미국 백악관 고위 관료 출신인 ‘협상의 명수’를 영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글로벌 로비를 담당할 수장으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캐럴라인 앳킨슨을 임명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앳킨슨 전 부보좌관(63)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사로 활약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10년간 근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은 BEPS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엔진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독점, 유럽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미국에 있는 서버로 이전하지 못하게 한 조치 등 복잡한 이슈를 안고 있다”며 “유럽 등 주력 시장에서 빚은 갈등을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애플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55)는 지난 2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브뤼셀로 날아갔다. FT는 ‘깜짝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영업 담당자나 로비스트가 아니라 CEO가 전용기를 타고 직접 유럽을 찾았다는 이유에서다.

FT는 “애플이 아일랜드에 해외영업 본사를 두고 세금을 불법으로 아끼려 했다는 의심을 갖고 조사를 벌여온 EU가 수주일 안에 세금을 다시 부과하려 하고 있다”며 “이에 쿡 CEO가 브뤼셀에서 EU의 반독점당국 책임자를 만나 사정을 설명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