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 동부 개척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서구 문명과 인디언들의 투쟁과 복수, 용서와 융화를 그린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레버넌트`는 같은 배경을 공유하지만 타 작품과 살짝 비껴간 곳에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생존`이다.복수나 투쟁 등, 다른 작품에서는 주제에 가까운 소재들이`레버넌트`에서는 소품처럼 쓰인다.이야기를 이루는 최소한의 골조를 갖추기 위해 갖다 쓴용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아들의 복수를 갚기까지 주인공의 여정은 너무도 험난하고, 정작 최후반부의 복수는 맥없이 진행된다. 중반부에서 주인공을 살리는 자비로운 인디언은 주인공의 생존에 필요한 일과 필요한 상징만 제공하고 퇴장한다.어쩌면 이를 들어 서사의 빈약함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간의 갈등에 집중해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건 인간이 아닌 자연이다.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코드가 부모 자식간의 유대다.`레버넌트`는모든 생명을 동일한 위치에 자리시킨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인간을 공격하는 회색곰, 딸을 되찾으려는 인디언, 아들의 원수를 갚으려는 주인공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등 새끼를 지키려는 생명의 본능이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 조우한다.한편 이러한 원시적 본능으로 생존하려는 존재들과 달리,물욕을 비롯한 인간적인 탐욕으로 움직이는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는 보다 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이들악역의 죽음은 서사적 쾌감을 전하기보다 자연의 섭리처럼 순순히 이루어지는데, 이는 복수를 마친 글래스의 대사로 명징하게 드러난다. "복수는 신의 일이지."이처럼 인간을본능적인동기로 수렴시키고 자연 그 자체를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레버넌트`는 영화에서 서사의 몫을 크게 덜어냈다. 그렇게 만들어낸 여유를 장장 세 시간에 걸친 압도적인 영상미로 채워낸다. 영화의진정한 언어는 대사가 아닌 영상이다.섬세하게 조각한 컷과 현란한 카메라워크. 자연광으로만 촬영한 영상미 등1억 35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담아 낸 자연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광적인 미학에 한바탕 취할 수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디카프리오는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하기보다 관객의 오감을 대신하듯 연기한다.사사로운 분노의 대사를 뱉기보다 세 시간 내내 신음소리를 더 많이 토해내고관객이 먼저 지칠 만큼 처절한 열연을 보인다. 메시지보다체험의 영역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영화다.
MAXIM 이석우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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