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폭스콘 변신이 두려운 이유
지난 21일 오후 중국 충칭시 서쪽 보세구역. 이곳에서 프린터,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이례적으로 생산 라인 일부를 공개했다. 폭스콘은 대만의 대표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인 훙하이그룹의 자회사다. 애플 아이폰 등을 외주 생산하며 급성장했지만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사회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런 폭스콘이 생산 라인을 보여준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폭스콘은 전날인 20일 충칭에서 SK주식회사 C&C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팩토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 공장으로 변신할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닫혀 있던 공장 문을 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한 곳은 프린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라인이었다. 프린터 케이스 등 플라스틱 소재 부속을 생산하는 L5 사출 공장, 프린터를 제어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L6 공장 등의 설비는 첨단 시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며 원가를 절감하는 폭스콘의 성장 배경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폭스콘 충칭 공장이 연간 약 1500만대의 프린터를 생산하며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비결도 미뤄 짐작할 만했다.

주목되는 것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폭스콘이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을 서두르는 대목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결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전환 이후엔 한 사람이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프린터가 1.3대에서 1.9대로 50% 가까이 늘어나는 반면 인력은 30% 줄일 수 있다는 게 폭스콘 측 설명이다.

중국은 그동안 싼 인건비를 앞세워 제조 대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부터는 여기에 ICT를 결합해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은 많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 부담 탓에 아직 이를 적용하는 공장은 많지 않다. 스마트 팩토리를 향한 폭스콘의 기민한 움직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중국 공장이 첨단화될수록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폭스콘의 변신이 두렵기까지 했다.

충칭=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