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급락 배경과 파장

"위안화 약세는 중국발 충격의 핵심 고리다. 불안을 외부에 전가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날개 잃은 중국 증시, 작년 12월 이후 20%이상 급락
경제 경착륙 공포, 주식 공급과잉 우려 탓 투매 결과
위안화 약세가 진정한 쟁점…'환율전쟁' 불확실성 고조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뉴스의 맥] 요동치는 중국 증시, 위안화 약세가 더 큰 위험

새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7년 만에 제로 금리를 마감하고 출구전략을 본격화했지만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상이 사전에 충분히 예고된 데다 향후 행보도 극히 신중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중국에서 터졌다. 새해 중국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미 지난해 중·후반 주가 급락으로 국제 금융불안을 고조시켰던 중국이 또다시 세계 경제 향방의 복병으로 부상했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도 효력이 없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인데, 오히려 이 제도가 주식 매도세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으면서 시행 4일 만에 잠정 폐기됐다.

중국 증시 급락의 직접적 배경은 주식 공급 물량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증시 폭락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한 상장회사 대주주의 주식매각 금지 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예정이었다. 또 주식발행 제도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기로 한 데 따른 대규모 기업공개(IPO) 부담도 문제였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중국 정부는 대주주의 주식매각 금지 해제를 보류하고, 주식발행 등록제 시행도 사실상 올해 말 이후로 연기했다.

하지만 그 근저에 도사린 취약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중국 경제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중국 정부의 목표치였던 ‘7% 경제성장률’이 무너진 상황에서,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제시한 ‘최소 6.5% 성장’ 목표 역시 달성이 힘든 모습이다.
[뉴스의 맥] 요동치는 중국 증시, 위안화 약세가 더 큰 위험

성장 둔화에 대한 과장된 걱정

이런 가운데 최근 위안화 절하가 다시 가속화하고 있는 점도 중국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걸 입증하는 계기로 해석된다. 유동성 과잉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결국 경기 방어의 최종 보루로서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충격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우선 증시 급락은 중국 내 개인투자자 위주의 현상이다. 중국에서는 국영기업 중심의 상장주식 중 상당수가 아예 유통이 되지 않거나 국영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주식거래의 80% 이상은 개인투자자가 담당한다. 게다가 개인 자산 중 주식 비중은 10%를 밑돌고, 중국 은행권 역시 주식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 등 주식 관련 노출이 총 자산의 3~4%에 불과하다. 또 자본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에 그친다. 증시 급락으로 인한 중국 경제 영향이나 대외 전염 여지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아직은 ‘이행기’의 독특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일 뿐,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수출·투자 주도에서 소비나 서비스 주도로 성장동력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일정한 성장률 둔화, 또 그와 맞물린 변동성 심화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 급랭에 대해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이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6%대 초반의 성장률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힘들다.

폭발력 더 큰 위안화 약세

진정한 쟁점은 위안화 약세다. 중국발(發) 충격의 대외 전염에서 핵심 고리가 이것이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발 불안을 외부에 전가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위안화 충격에 아시아는 물론 신흥국 전반이 흔들리는 것도 그 탓이다. 이는 또 다른 반응, 즉 각국의 ‘경쟁적 평가절하’ 위험을 낳는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위기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그 메커니즘 말이다. 나아가 최근 Fed의 금리 인상과 결부되면 1994년 위안화 평가절하와 Fed의 금리 인상이 결국 1990년대 중·후반 연쇄적인 신흥시장 위기를 유발한 전례를 상기시킨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만 해도 중국은 안정적인 정책 운영,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로 위기 확산을 억제한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새로운 원천이 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 경제의 이행기 속성도 문제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선 성장모델 전환을 위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환기하고는 했다. 그러나 대내외 불안으로 거듭 개혁이 보류되고, 대규모 신용 창출로 연명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림자 금융’을 비롯해 각종 불균형이 부각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는 한편 부채 의존성을 타파할 방편으로 주식시장을 육성했다. 하지만 이후의 주가 급등은 새로운 과열 혹은 불균형을 낳았다. 그 결과 증시 부양을 위한 정부 정책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여기서 1990년대 초 국내 투자신탁권 사태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고도성장기를 보내고 중속성장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균형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1980년대 말 주가 급락에 대응해 정부가 투신권을 활용, 무제한적인 주식 매입에 나섰다. 그 여파로 투신권의 경영이 악화하고 주가 침체가 심해지는 등 부작용만 초래했다. 중국 역시 주가 급락에 맞선 무리한 정책 대응이 대형 금융사고를 야기할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

한·중 경제 민감성 커져

최근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자제하고 환율 안정에 주력하면서 중국발 금융불안도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막대한 공급 물량이나 이행기 중국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불안이 끝났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성이 큰 한국 입장에서는 실로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금융개방 진전과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원화·위안화 직거래 도입 등과 맞물려 국내에서 ‘위안화 허브’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한·중 양국 간 연계성이 실물을 넘어 금융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발 금융불안에 대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민감성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에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이행기 중국의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심화는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 점을 비춰볼 때 지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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