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어
오랜만에 홍대앞 ‘일본 골목’엘 갔다. 일식 요리점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초밥집이었다. 손님이 많아 2층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초밥에 오른 연어살 두께가 손바닥만 했다. 이렇게 해도 이문이 남을까. 주인은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데 값까지 내려가서 괜찮다”고 했다.

여기뿐만 아니라 웬만한 요지에는 연어 전문점들이 들어섰다. 1인당 1만원가량에 연어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무한리필 식당이 즐비하다. 연어 메뉴가 보편화된 데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국내 공급가가 30%나 싸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연어 매출도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마트 역시 그렇다. 훈제연어와 횟감, 요리용 생연어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어 매출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연어캔 상품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연어캔 시장 규모는 450억원에 육박했다. 식품회사들의 마케팅 영향도 있지만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연어김치찌개, 연어볶음밥 레시피 등 캔을 활용한 요리정보도 넘친다. 해외에서도 연어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수요 증가로 연어가 새우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산물로 등극했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해산물 거래액 중 연어 비중이 20%로 새우의 16%를 훌쩍 넘었다.

이 같은 연어 열풍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어는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고,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영양소 섬유소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슈퍼푸드’다.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 미국심장학회가 주 2회 정도 연어 등 기름진 생선 섭취를 권장할 정도다. ‘선샤인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D와 ‘회춘 비타민’이라는 비타민 E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다만 염분과 콜레스테롤이 함께 있어 지나치게 많이 먹는 건 피해야 한다.

연어를 살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색깔과 힘줄이다. 전문가들은 “살이 선홍색을 띠면서 지방에 흰 힘줄이 섞여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맛은 산란기 직전에 바다에서 잡은 것이 최고다. 강에서 잡힌 연어 맛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 구입한 즉시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익히면 퍽퍽해진다. 마침 동해안에서 연어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2020년까지 10개 어장에서 연 2만t을 생산할 수 있다니, 우리 식탁도 그만큼 더 풍성해지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