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친환경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주자로 하이브리드를 내세웠다. 그 동안 쏘나타 및 그랜저 등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적이 있으나 독립적인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건 처음이다. 전용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을 새로 만든 것. 덕분에 효율뿐 아니라 주행성능까지 양립시켰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의 점유율은 단 2%에 불과했다. 그래서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을 국내에서만 1만5,000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1만1,000여 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1만800대 팔린 걸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수치다. 친환경차의 대중화를 겨냥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디자인
차체는 길이 4,470㎜, 너비 1,820㎜, 높이 1,450㎜, 휠베이스 2,700㎜다. 같은 준중형급인 아반떼와 비교하면 길이는 10㎜ 짧고 너비는 20㎜ 넓다.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얼핏 보면 외관은 신형 아반떼를 연상시키지만 독창성과 차별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친환경차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공력성능을 극대화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면은 현대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블랙 헥사고날 그릴을 채택했다. 여기에 액티브 에어 플랩 기술을 더해 공기저항에 따라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C자형 포지셔닝 램프와 그 아래 7개의 LED로 구성한 주간주행등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측면은 해치백과 왜건의 중간 형태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선은 완만하며, 반대로 보닛 끝부분에서 그릴과 앞범퍼로 내려가는 선은 칼로 재단한 듯 각진 형태다. 기존 준중형차에서 보지 못한 실루엣이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공기흐름을 그대로 형상화한 컨셉트라고 설명한다.

후면은 볼륨감을 극대화했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C자 형태의 램프를 채택, 통일성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리어 스포일러 내장형의 듀얼 글래스가 독특한데, 이 역시 공력성능 강화를 위한 선택이다. 앞뒤 범퍼 아래의 블루컬러 몰딩은 아이오닉이 친환경차임을 보여주는 요소다.

타이어는 17인치로,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다. 전기차 테슬라도 장착하며, 효율보다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이다.

실내는 차분하면서도 미래지향적 요소를 곳곳에 심었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일반과 스포츠 등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하는 7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다. 에너지 흐름과 배터리 상태 및 효율 등 각종 주행정보를 표시한다.

메탈과 가죽 소재를 적절히 조합한 D-컷 스티어링휠과 스포츠모드 통합 기어노브는 스포티한 감성을 담았다. 송풍구와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주변을 감싼 블루몰딩이 외관과 마찬가지로 아이오닉의 친환경 정체성을 표현한다.

시트는 몸을 적당히 감싸는 세미 버킷 형태다. 가죽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우며, 곳곳에 블루 스티치를 넣었다. 뒷좌석은 키 큰 남성이 타기에 다소 불편하다.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해서다.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에 희생된 부분이다.

▲성능&상품성
엔진은 카파 1.6ℓ 가솔린 직분사다. 아이오닉을 위해 새로 개발한, 폭발압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앳킨슨 사이클 방식이다. 여기에 영구자석형 동기모터가 조합된다. 동력손실을 최소화한 편각코일 적용으로 주행 초기부터 모터가 즉각 개입,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전용 6단 DCT를 조합해 시스템 합산 출력은 최고 141마력, 최대 27.0㎏·m다. 시승차의 복합효율은 17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ℓ당 20.4㎞다.

시동을 걸어도 끈 상태와 별다른 점이 없을 만큼 조용하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이다. 출발 후 시내 구간의 저속주행에서도 전기모터가 적극 개입한다. 이는 완만한 경사길에서도 계속되는데, 기존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전기모드의 범주가 늘어난 느낌이다. 페달답력에 따라 시속 60㎞ 이상에서도 전기모드 운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통의 시내주행에서는 엔진 개입 빈도가 높지 않다. 다만 디자인 측면에서 장점이었던 후방의 분할 듀얼 글래스가 주행중 후방 시야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줬다.

에코-DAS(Driver Assistance System)는 유용하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목적지 및 전방 상황이 예측되는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시점을 알려준다. 덕분에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했다.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자 노면소음과 풍절음, 시내주행에서 들리지 않았던 엔진음이 차 안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이는 일반 가솔린차보다 낮은 수준으로, 진동 및 소음에 따른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속도를 꾸준히 높였다. 시속 100㎞ 이상에서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여지없이 전기모드로 전환한다. 6단 DCT는 성능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옮기자 계기판이 붉은색 스포츠 모드로 변하면서 일반 모드에는 없던 rpm 게이지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은 사라진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페달의 반응속도가 민감하게 바뀐다. 효율과 성능을 양립했다는 설명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별도의 연결잭 없이도 무선 충전을 한다. 매우 편리한 기능이지만 특정 제품만 지원한다는 점은 아쉽다.

트립 상 효율은 표시효율에 못미치는 ℓ당 17.4㎞로 나왔다. 경제운전이 아닌 일상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이 날 시승행사에선 연비왕 선발대회도 병행했다. ℓ당 27.0㎞ 이상의 효율을 기록한 시승차가 적지 않았다.

▲총평
올해는 친환경차시대가 본격 도래할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친환경 신차가 대거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현대차는 보다 대중적인 친환경차를 고심했고, 그 결과 아이오닉을 내놨다. 첫 주자 하이브리드는 거부감없는 디자인과 높은 효율, 무난한 주행성능을 갖췄다. 판매가격 또한 대중성을 고려했다. 세제 혜택 후 2,295만~2,755만 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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