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유불급' 신임차관 홍보
이쯤 되니 홍보가 과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신임 차관이 취임 이틀 만에 현장 행보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중책을 맡은 외부 인사가 정책 집행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연 하루에 세 차례나 동정 자료를 뿌릴 만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열 번 양보해 신임 차관이 낯선 새 근무지에 빨리 안착하도록 친숙한 이미지를 주려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홍보에 과도하게 무게가 실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차관의 동정은 기자에게 좋은 취재거리가 된다. 정책의 무게가 어디에 쏠릴지 가늠할 수 있고 현장에서 우연히 확보한 소재가 좋은 기사거리가 된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홍보는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처럼 비칠 수 있다. 고위 관료는 정책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이미지는 그런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것이다.
현장 목소리보다 차관의 행보를 먼저 알리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홍 차관은 KIST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50년 대한민국 산업화와 함께한 KIST가 미래를 향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고 미래부는 전했다. 현장 목소리를 들으러 간 신임 차관이 직무 파악 전에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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