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파리바게뜨 마켓’은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슬기 씨(22)는 “기존 파리바게뜨에 있는 빵뿐만 아니라 간단한 요리 메뉴가 준비돼 있어 가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마켓은 지난해 SPC그룹이 연 ‘그로서란트’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grocery store)’과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 파리바게뜨 마켓에서는 빵, 토스트, 수프 등 간단한 요리와 함께 밀가루, 계량기 등 제빵 관련 식자재를 판다. 김현호 SPC그룹 과장은 “하루에 1100여명이 매장을 방문해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인근에 운영하던 직영점에 비해 매장 크기는 작은데 매출은 30%가량 높다”고 말했다.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파리바게뜨 마켓.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파리바게뜨 마켓.
◆식품사 ‘플래그십 스토어’로

SPC그룹이 그로서란트 운영을 시작한 것은 파리바게뜨의 빵 제조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SPC그룹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마켓에서 빵에 사용되는 밀가루를 판매하고, 제빵실을 ‘오픈키친’ 형태로 만들어 제조 과정을 소개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CJ가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운영하는 ‘올리브마켓’도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기술을 선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왕교자 냉동만두 판매대 옆에 만두 제조 기술을 활용한 수제 만두를 요리해 파는 ‘만두 바’를 운영하고 있다”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좋은 품질을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육가공 전문회사들도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그로서란트를 운영하고 있다. 에쓰푸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등에 있는 ‘존쿡 델리미트’에서, 대경햄은 구의동에 있는 ‘어반나이프’에서 고급 햄과 소시지 등을 팔면서 이를 활용한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식품사가 차린 맛집 '그로서란트 바람'
◆‘그로서란트’ 전쟁 벌어진 백화점

국내에 그로서란트 문화를 들여온 백화점에서는 이탈리아식 그로서란트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운영하는 ‘이탈리’다. 이색적인 파스타면과 올리브오일 등 국내서는 생소한 1000여종의 정통 이탈리아 식재료를 판매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재료 외에도 1882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된 카페 베르나노의 커피, 파스타와 피자, 송로버섯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말 문을 연 뒤 약 5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수 15만명을 돌파했다”며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대사가 직접 홍보대사를 자처할 정도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딘앤델루카’는 이탈리아와 지중해 전통음식을 미국식으로 변형해 선보이는 매장이다. 이곳의 식재료와 요리 메뉴 등은 홈파티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월드몰에 2014년 10월 문을 연 ‘펙’은 오일 캐비어 푸아그라 등 고급 식재료를 팔고, 이를 활용한 10만원대 코스 요리도 선보이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