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윽! 어머니! 손을 베였는데요!"
아들의 엄살에 어머니가 '빨간약'을 꺼내 든다.


약을 바르는 동안 아들은 마치 총상이라도 치료받는 듯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안 죽는다"는 어머니의 핀잔을 듣고는 "왜 저한테만 이러십니까" 하며 역정을 부린다.

최근 인기리에 종용한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낸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의 감초 역할을 한 추억의 소품, 빨간약은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어떻게 나이를 먹었을까.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의 빨간약은 수은 성분이 함유된 '머큐로크롬'을 편하게 일컫는 말이었다.

붉은 색깔이 특징으로 속칭으로 '아카징끼'(赤チンキ)로 불리기도 했다.

머큐로크롬은 20세기 초부터 상처 소독에 광범위하게 사용됐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수은 중독을 우려해 안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대체재로는 '요오드팅크'가 등장했다.

옥도정기(沃度丁幾)라고도 불린 요오드팅크는 바를 때는 적갈색을 띠다 마르면 누런빛을 띤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된 1980∼1990년대에는 머큐로크롬과 요오드팅크가 함께 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머큐로크롬은 수은 문제로 쇠퇴하고, 요오드팅크는 훨씬 더 소독력이 강한 포비돈 요오드에 자리를 내주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에 등장한 '포비돈 요오드'가 현재까지 가장 젊은 '빨간약'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비돈 요오드는 요오드팅크보다 자극성은 적고 살균력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비돈 요오드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MERS-CoV)나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바이러스(SARS-CoV)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포비돈 요오드는 최근에도 여성세정제, 소독제, 손소독제, 인후염 치료제 다양한 제형, 크기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피부에 바른 뒤에 흘러내리는 점 등을 개선한 '스프레이 제형'도 최근에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