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파(寒波)
전국이 꽁꽁 얼었다. 올겨울 들어 첫 한파다. 서울은 어제 아침 올 들어 최저인 영하 14도를 찍었다. 체감온도는 서울에서 영하 25도, 강원 태백에선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이상난동을 걱정할 만큼 따뜻했는데 제대로 된 겨울이 찾아 온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파는 서쪽 고기압, 동쪽 저기압으로 전형적인 겨울형 기압배치가 나타날 때,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동시에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짧은 시간 내에 한반도 전체에 급격한 온도 하강이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수년 사이 북반구에 한파가 잦아진 이유는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진 탓도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상공에서 회전하며 강해졌다 약해지고 다시 강해지는 ‘북극 진동’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북극 상공의 찬 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서 차단됐던 찬공기가 남쪽으로 파도처럼 밀려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가장 추웠던 기록은 1981년 1월5일 양평의 영하 32.6도였다. 서울은 1927년 12월31일 기록한 영하 23.1도가 최저 온도다. 남북한을 합해서는 1931년 1월12일 북한 중강진에서 관측된 영하 43.6도가 최저다.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그리 추운 곳이 아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는 1892년 2월에 측정했을 때 영하 67.8도를 기록했다. 북미나 북유럽 지역엔 겨울 평균 온도가 영하 20도 정도 되는 도시가 수두룩하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1월 최저 기온이 영하 42도나 된다. 세계 최저온도 기록은 1983년 7월21일 남극 동부 보스토크 연구기지에서 관측된 영하 89.2도다.

최근 영화 ‘히말라야’에선 정상에서 내려오다 조난된 산악인들 얘기가 나온다. 산소가 부족하고 체력도 떨어졌겠지만 견디기 어려운 혹한 탓도 컸을 것이다. 실제 히말라야 웬만한 정상은 1월 평균 온도가 영하 36도이고 최저는 영하 41도나 된다. 아래쪽 베이스캠프라고 해도 영하 30도 내외다.

기상청이 한파 경보를 내리는 기준은 영하 15도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경우다. 또 체감온도 영하 25도가 되면 ‘체감온도 경고’ 발령도 내리는데 10~15분 이내 동상에 걸릴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다. 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웬 호들갑이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모자나 방한복을 잘 챙겨 입으면 겨울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날씨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